△21세기는 디지털 지식기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시대로 그 변혁을 주도하는 핵심요인은 과학기술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립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 과학기술 비전을 제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각 분야 과학기술계 인사의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폭넓게 개진됐다.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주제발표:임관(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지정토론자:△박긍식(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사회) △김종갑(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김호기(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전의진(과기부 과학기술정책실장) △홍성완(연합뉴스 정보과학부장)
△사회=그럼 바로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형식에 얽매인 토론을 지양하고 자연스런 분위기로 토론을 이끌어 가겠습나다. 또한 참석자 여러분들을 위한 질의응답 시간을 대폭 늘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각 토론자가 과학기술 장기비전에 대해 전반적인 의견을 말해 주십시요.
△김종갑=대외적으로 과학기술 재편이 활발한 시기지만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구조조정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과학기술 발전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총 예산의 5%를 과학기술 분야에 돌릴 것이라고 약속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김호기=향후 25년 후면 우리 생활 수준도 많이 향상될 것입니다. 공공복지기술은 보건·의료 기술, 식량·생산가공 기술, 교통 기술 등으로 분류된다고 봅니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한 질병의 양상도 급격히 변화돼 신종 바이러스나 병원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예방·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보건·의료 기술은 민간 차원이 아닌 정부가 주체가 돼 개발하는 범국가적인 보건·의료 행정이 체계화돼야 할 것입니다.
△전의진=정부는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장기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이중 특히 지난해 수립된 「2025년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은 새로운 천년의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발전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마련된 장기계획입니다. 지난해 3월 과학기술계 민간위원들을 중심으로 2025 장기계획 기획위원회를 구성, 방대한 국내외 자료수집과 각종 토론회·세미나 통해 장기계획을 완성했습니다.
△홍성완=우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관련해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북 관계의 개선은 경협 분야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이번 방북 대표단에도 재계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야 말로 남북한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고 실질적 효과 또한 상당할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기초과학과 우리 산업응용기술이 접목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간 예상되는 접근속도를 고려할 때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도 큰 폭으로 앞당기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사회=국가과학기술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요.
△임관=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소모적 경쟁만을 생각지 말고 유관 과기단체와 기업연구소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국가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산자부와 과기부 등 관련부처도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김종갑=우선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통해 산적한 많은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과학기술 분야는 거의 전 정부부처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총괄적 기능이 강화돼야 합니다. 또한 정부와 출연연구소, 대학 등 민간연구소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전의진=우리 연구소에 외국 연구원이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외 과학기술자를 새로 영입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규모에 맞는 과학기술 연구비와 예산을 확보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호기=저는 거대기술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해양·항공·우주 분야인 거대 과학기술은 경제적 측면보다는 기술간의 연관·파급 효과 및 국가적 위상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효과가 매우 큰 분야로서 국방, 관련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환경보존 등 국가적 문제의 수행과 복지국가 구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집중투자 개발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규모 및 기간 확대, 신규투자의 어려움, 막대한 투자비용 등의 장애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가대형복합사업으로 분류해 충분한 기반 및 경험의 축적,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장기적인 정책수립을 해야 합니다.
△홍성완=널리 알려진 NIS(National Innovation System)는 지난 80∼90년대를 걸쳐 주요 선진국의 과학기술 및 산업정책 수립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았고 현재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책기조가 전통적인 과학기술정책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정책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장기비전」이 사회정의, 자원재분배 등의 경제개발론적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위의 전략적 목표로 「경쟁적 기술」의 확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인간적 기술」의 개발도 동등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둘째, 자칫 NIS가 가져올 집중화의 폐해를 피하고 국가과학기술 자원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활용과 배분을 위해 지역혁신시스템(RIS)의 발전전략과 그 네트워크로의 국가혁신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정착·발전하기 위해 기존의 산업적 분포에 근거한 특성화 전략이 「장기비전」에 포함돼야 합니다.
△전의진=과학기술부의 장기정책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2025 장기비전」을 각 정부부처가 향후 소관업무에 과한 장기계획 수립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올 연초에는 전국 9개 시도에서 지방순회설명회를 개최해 장기비전을 널리 홍보했습니다. 현재 이 장기비전에서 나온 7대 미래유망기술, 39개 실천과제 및 19개 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사회=국가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국민적 홍보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홍성완=과학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입안과 수행은 그 주체가 누구든 「국민적 설득」을 획득하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민적 신뢰」 형성이란 관점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과학언론의 위상과 역할은 새롭게 규정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 결과가 장기적으로 구조화되며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과학보도는 더 이상 일방향적 정보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과학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기존 과학언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계몽주의적 보도가 아니라 「상호의사소통」을 통한 과학기술의 윤리적·법적 합의형성을 활성화하고 장기적인 과학기술발전의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과학언론에 대한 투자와 위상제고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 동안 언론계와 과학기술자의 관계는 그리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지면 등 언론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과학기술자의 진의가 왜곡되고 연구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론의 자성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과학기술자 또한 언론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총해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을 통해 일반대중이 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전의진=기술 자체의 세일즈가 이뤄지지 않으면 홍보 효과가 부족합니다. 과학기술자 스스로 자신의 연구성과와 결과 및 그 파급효과를 알리고 언론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과학문화재단 등 관련단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호기=잠깐 기초과학 분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과학지식의 증가가 사회적 혁신의 잠재력을 높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과학지식의 응용은 국가 경쟁력 및 삶의 질 향상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기초연구의 지원과 관련해 분위기 조성정책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이따금 기술정책과 구분하곤 합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기술혁신으로 변형하는 것은 그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른 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2025년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에 대해 임관 회장께서 짤막이 평가해 주십시오.
△임관=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특히 전략적 차원보다는 홍보 차원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세미나와 전문가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주문할 것은 이 비전에 맞는 연구과제의 선정과 과학기술정책의 향상이 계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사회=이상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오랜 시간 토론에 참여해 주신 패널들과 끝까지 경청해 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리=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