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업계,여벌(iCOD)판매 전략 구사에 박차

올 들어 새로운 중대형컴퓨터의 판매기법으로 급부상하면서 전산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어오던 여벌판매(iCOD:instant Capacity On Demand) 방식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iCOD」 기법은 급작스런 전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크로프로세서·디스크 등 전산 용량과 밀접한 핵심부품을 외상으로 공급해놓고 수요가 발생한 이후부터 대금을 정산하는 일종의 외상 프로그램. 이에 따라 고객은 우선 현재의 전산 수요에 맞는 중대형컴퓨터를 구입하고 비상 대기용 전산시스템은 외상으로 구입할 수 있어 전산 시스템 증설에 따른 부담이 줄고 신속하게 시스템을 증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은 증권·은행·닷컴 기업을 중심으로 사이버 트레이딩 고객과 인터넷 사용자가 폭주해 당초 설정했던 전산능력 이상의 수요가 갑자기 발생, 과부하로 인한 시스템의 무리를 신속히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새로운 영업방식인 iCOD기법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실제 판매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체로는 처음으로 iCOD기법을 도입한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최근 SK증권의 업무계시스템으로 대형 유닉스서버인 「V2600」시스템 2대를 공급하고 8개의 마이크로프로세와 디스크를 제공하는 여벌판매 전략을 실시했다. 이 회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증권·은행권을 대상으로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구사할 계획이다.

올초 미국 본사에서 실시해오던 iCOD기법을 국내에 도입한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현재 대형시스템인 「시스템390」에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순간도 서비스를 멈출 수 없는 통신·은행 등 기간업무(미션 크리티컬)적 성격이 강한 전산시스템을 중심으로 iCOD기법을 적용해 조만간 첫 사례를 발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닉스서버 「EU10000」를 중심으로 iCOD기법을 적용하기로 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이상헌)도 현재 금융·통신·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후지쯔(대표 안경수)는 외상판매 기법과 엇비슷한 효가를 발휘할 수 있는 부품재고 판매전략(마이크로프로세서·디스크·네트워크 장비 등을 본사와 지방 주요거점에 미리 비치해놓았다가 고객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투입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기본방침아래 대형 서버인 「GS8000」의 핵심부품 일정량을 비치해놓고 있다.

한편 이같은 외상 판매 프로그램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유력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이 파이낸싱 개념의 이 판매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할 경우 중소 중대형컴퓨터 업체의 고전이 예상되고 과수요로 인한 전산 자원 낭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