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이렇게 준비하자>3회-대기업 과당경쟁 자제를

일반적으로 대북 경협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대표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들의 북한 진출시 발생할 수 있는 중복투자나 과당경쟁이다.

전문가들은 초기의 대규모 북한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지역이나 품목 및 투자방식에 대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또 향후 대북투자 활성화 시기에 대비한 북한의 합영법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복투자 가능성에 대해 『기업들이 이미 3∼4년전부터 대북투자에 관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세워놓고 북한 진출 가능성을 점쳐 온 만큼 극심한 투자 경쟁이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들의 북한시장에 대한 시각이 「급박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대단위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곳」 정도의 인식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투자에 대한 무드가 조성된 만큼 기업들의 투자방향을 섣부르게 예측하기 어려운 돌출변수가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도 『각 기업들이 어느 정도 투자 관련 정보를 교환하면서 본격 투자시기에 대비한 균형감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회담성공으로 합영법에 의한 투자 분위기 고조=북한 투자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합영법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 84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서방국 교역 확대 등을 선언하고 외국인기업의 북한투자와 관련된 합영법을 제정·공포했으며 이듬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관련 법규를 마련했다. 합영(equity joint venture)기업이란 북한과 외국인 투자자가 공동 투자·운영하며 투자 몫에 따라 이윤을 분배하는 기업형태다.

최근 성공적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에 따른 남북간 신뢰성 회복에 따라 국내기업의 대북한 투자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특히 북한의 합영사업은 대부분 1차산업과 서비스업·경공업부문에 치중돼 온 만큼 향후 전자 등 첨단산업 관련의 경협투자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기업은 성공적 회담분위기를 살리면서 더욱 활발한 투자를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경쟁보다는 균형적 투자 =이 시점에서 기업들에 요구되는 것은 다른 업체와의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라기보다는 「대북진출시 품목이나 투자규모 등에 대한 균형감각」이란 게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산업연구원 최신림 박사는 『이번 회담에 따라 대북한 경협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쟁은 오히려 권고할 만하지 않겠는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기업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일 것이다. 다만 얼마나 투자분야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고 대북투자에 임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라는 시각을 보였다. 물론 과당경쟁의 우려가 있기는 하겠지만 대북경협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투자를 적극 장려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88년이후 8년만인 지난 96년에야 평양에 TV공장이 생긴 만큼 지금 시점은 기업들에 대북투자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보다는 장려를 해야한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자정보 교류=LG경제연구원 김석진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균형감각에 대해 동의하면서 이에 덧붙여 우리기업간 상호투자정보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이미 우리기업들이 지난 88년도부터 비록 임가공형태로나마 경제협력 경험을 통해 북한측의 경제마인드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이제는 향후 투자분야에 대한 과잉중복을 막기 위한 우리기업간 상호 정보교류와 자제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북한진출에 따른 대기업의 과당경쟁이라든가 중복투자 등의 문제는 오히려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상당히 균형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LG상사와 삼성전자가 북한에서 컬러TV를 조립하고 금강산개발과 통신분야에서 현대가 진출하는 등 균형잡힌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북한당국의 호응에 따라 우리기업의 투자 경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업간 투자정보 교류를 통해 과당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김석진 책임연구원은 『향후 북한당국의 본격 교류진행의사 표현시 투자촉진 및 활성화를 위해 국내기업들간 상호 의견교환을 통한 투자효과의 제고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당국이 국내기업들에 다양한 방식의 투자 경쟁을 유도할 경우 국내업체들은 경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문제해결은 어디까지나 국내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