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를 특징짓는 단어를 말하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과 「디지털」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쇼핑몰은 매장 위주의 기존 유통구조에 커다란 위협적인 요소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산업 전반에서의 디지털화 바람은 종전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정보통신·컴퓨터 업계는 인터넷과 디지털 관련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연일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을 리드할 만한 이렇다할 히트작품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제품들이 대부분 시장에서 주력상품으로 차지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의 가전업체와 컴퓨터·정보통신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 상반기 인기상품 조사결과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몇몇 제품은 인터넷 바람을 타고 상반기에 다크호스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현재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지난해 출시돼 급격한 판매신장세를 보이며 히트를 쳤거나 몇 년 동안 쌓은 시장지배력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굳혔다.
가전제품의 경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능과 효용성에 중점을 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가전 부문에서는 LG전자·삼성전자 등 11개 업체가 25개 제품군에 응모했다. 이 외에도 VCR와 디지털피아노도 포함돼 있었으나 응모한 업체가 없었다.
가전제품 가운데 TV는 역시 「평면」 바람이 거셌다. 테크노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유통업체들의 3, 4월 혼수시즌 가전제품 판매현황을 보면 TV는 29인치 이상이 대부분으로 대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형보다 평면TV의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 대형화 추세는 냉장고에서도 드러나 주력 제품이 500L급을 넘어섰으며 600L급 양문여닫이형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이상 판매량이 증가, 당당히 인기 상품 대열에 올랐다.
올해 가전부문에 새로 추가한 품목인 디지털카메라는 코닥 제품이 선정됐다. 디지털화 바람에다 PC사용환경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현재 코닥을 비롯해 후지필름·소니·삼성전자·삼성테크윈 등이 제품을 내놓고 시장 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으나 한국코닥 제품이 소비자들과 상가 상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전 부문은 대부분 대기업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어 인기상품 선정은 가급적이면 대기업 제품을 배제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LG전자 7개, 삼성전자 3개, 대우전자 2개 등으로 대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컴퓨터 부문은 가전 부문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품목별로 3, 4개 업체가 경합을 벌였으며 노트북 PC는 여러 업체간의 우열이 명확치 않아 3개 제품이 선정됐다.
이 외에도 주기판도 시장점유율 1, 2위 업체인 유니텍전자와 엠에스디, 그리고 비슷한 규모의 업체 3개사 등이 각각 품질·마케팅·고객만족 부문에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일반 유통시장만 놓고 보면 비슷비슷한 수준이지만 PC제조업체 납품실적과 AS능력 등이 고려돼 유니텍전자와 엠에스디가 선정됐다.
지난해 말부터 Y2K문제로 수요가 뚝 끊기다시피 했던 PC는 올들어서 판매량이 급증했던 대표적인 품목이다. 특히 인터넷PC의 영향으로 대기업 제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삼보컴퓨터 드림시스 같은 제품들은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린터의 경우 상가 관계자들은 품질에 대해 엡손 제품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마케팅에 있어서는 HP제품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이나 롯데캐논 등의 제품도 품질·마케팅·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엡손과 HP가 아직까지는 시장지배력이 강했다.
이밖에 그래픽카드는 국산화로 외산과 한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그마컴 제품이 품질 우수제품으로 선정됐으며 사운드카드는 단연 제이씨현의 크리에이티브 제품이 품질 우수제품으로 선정됐다. 또 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듀얼폴더가 특이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어 디자인 우수상품에 선정됐으며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로는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과 독특한 부가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한 LG텔레콤이 각각 선정됐다.
예년과 달리 올 상반기 인기상품에는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우수 사이트와 보안솔루션 업체도 각각 한 곳씩 선정됐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이렇게 선정했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판매됐다고 해서 인기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조·유통업체의 판촉 전략에 따라 적게 팔되 높은 이윤을 챙기기도 하고 때로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므로 판매실적만 가지고 인기상품을 선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또 품질이나 디자인 등 어느 한 요소에 기준해 인기상품을 선정하는 것도 적합치 않다. 품질이 우수해도 여러 이유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디자인이 훌륭해도 시장진입에 실패한다면 인기상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인기상품은 판매실적을 바탕으로 품질·마케팅·디자인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기상품 선정여부에 따라 해당 제품의 사활이 결정되기도 하는 점을 감안해 본지는 이번 상반기 인기상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품목당 한 제품만을 선정하지 않고 품질·마케팅·디자인·고객만족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복수로 선정했다. 디자인우수 부문에 선정됐다고 해서 품질이 우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며 특별히 돋보인 부문을 굳이 강조한 데 불과하다.
본지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제조업체로부터 인기상품 선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시장점유율이 아주 낮거나 품질·마케팅 등이 열악한 업체는 신청서 접수대상에서 제외하고 75개 업체로부터 신청서를 받았다. 여기에다 담당 기자의 의견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고 일선 유통업체의 판매실적,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해 심사했다.
총 75개의 업체가 102개 제품에 대해 인기상품신청서를 보내왔으며 이 가운데 39개업체, 54개 제품이 올 상반기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유통점의 판매실적은 테크노마트와 전자랜드21의 판매실적을 참고했으며 대소비자 판매실적을 중요시했다. 시장에서 품질·마케팅과 관련해 잡음을 빚었던 업체 및 제품은 1차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생활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