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화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의약분업을 불과 10일 앞두고 의료계의 집단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민건강을 담보할 의약분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료정보화 부문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서둘러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정보 표준화 미비=정부가 의약분업을 발표하면서 거시적인 밑그림만 제시한 채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보험수가 및 의료보험청구양식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행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정보화 업체들은 전자차트, 의료처방전달시스템, 의료보험청구 등 시급히 바꿔야 할 병원 및 약국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세부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작업에는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약분업 이후 의료정보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미비로 약국 및 의원(병원)들은 대체조제가능 등 특정 항목의 경우 직접 수작업으로 작성하거나 처방전 자체를 종이로 작성하고 의료보험청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지연=의약분업 등 선진 의료화를 정보화 사업은 수천억원대의 신규 시스템 도입과 구축이 요구됨으로써 전체적인 사업 예산만도 수조원대에 달한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계획은 부족한 국가 예산으로 인해 사업 주체와 수행업체가 마찰을 빚으며 계속 연기돼 온 것이 다반사다.

의약분업에 대비, 종합적인 의료보험 심사 및 청구를 위한 「진료비 심사청구시스템 구축사업」과 의약품 전자상거래(EC) 구현을 목표로 한 「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만 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반년 가량 늦게 사업계약이 체결되거나 실제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따라서 본격적인 시스템 가동도 올해가 아닌 내년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정보 신뢰성 문제=병원이 처방전달시스템을 통해 약국에 처방전을 전달하고 다시 약국이 처방전에 근거해 조제한 처방전을 병원에 전달,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료기관간에 처방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어 의사가 내린 당초 처방전이 정확하게 약국에 전달됐는지에 대한 신뢰성 확보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및 공공기관은 전자처방전 전달에 관한 명확한 인증 및 보안 규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의약품 물류시스템 취약 =의약분업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약국 및 병원에 네트워크와 연동된 의약품물류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의원과 약국 모두가 이같은 의약품물류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약국이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 1만7187 품목 전부를 약국내 의약품창고에 모두 비치할 수 없을 뿐더러 「약국과 약국」간의 네트워크 단절로 약국들은 서로가 보유한 의약품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어 환자는 약국에서 처방전에 적힌 약(대체조제 불가품목)을 조제받기 위해 여러 곳의 약국을 찾아 다니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의료정보, 의료기기, 제약회사, 정보통신, 물류업체, 의료기관 등 다양한 업체들의 무분별한 의약품 EC 유통사업 추진도 자칫하면 의약분야 유통시장에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정보능력 부재=환자의 각종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이는 대다수 의과대학·약대의 교육과정이 오로지 국가고시에 합격, 전문인력을 배출하는데만 집중하는 「입시교육」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 시험에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르치지도 공부하지도 않는 것이 의료 및 약업계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보편적인 전산화 강좌가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어 의학자료를 통한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각종 의료청구관리프로그램·처방전달시스템 등 의료정보시스템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사용하는 정보화 재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