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가이드라인 발표로 한국통신·DSM·일진 등 3대 진영의 사업 전략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해외 위성방송 사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저마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사업계획이 타당성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 사례를 활용하고 있는 진영은 DSM.
DSM 측은 미국의 「디렉TV」와 「에코스타」, 영국의 「B스카이B」, 일본의 「스카이퍼펙TV」 등 세계 주요 위성방송사업에 모두 공기업이 불참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DSM은 지난 3월 디렉TV를 흡수·합병해 일본내 CS위성방송 단일사업자로 부상한 스카이퍼펙TV의 예를 들어 자사가 향후 취할 다자간 공동 경영구도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스카이퍼펙TV는 일본 종합상사와 방송사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한 「퍼펙TV」가 머독 계열의 「J스카이B」를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일본내에서는 스카이퍼펙TV로의 사업자 단일화가 NHK·와우와우 등 BS계열 위성방송과의 디지털 서비스 경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평이다.
일본의 방송시스템 구축 및 송출 전문회사인 비전플레이닝의 한 관계자는 『디렉TV는 미국과 다른 일본의 방송 시장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없이 일본 위성방송사업에 뛰어든 데다가 프로그램공급사들과 이익배분 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해 결국 실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DSM측은 스카이퍼펙TV의 예에서처럼 지분비율상 특정기업이 주도하지 않고 4∼5개의 기업이 다자간 공동 경영구조를 통해 방송프로그램·마케팅·위성체운영 등 각 부문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책임경영구조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통신은 해외의 위성방송 사업자 대부분이 책임경영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과 정부 주도하에 기간통신사업자가 사업에 참여한 사례를 들고 있다.
한국통신은 공동주주 형태의 스카이퍼펙TV의 사례는 단일 주도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국영통신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위성방송 사업에 참여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페인의 「비아디지털(via digital)」이 꼽힌다.
비아디지털은 프랑스의 미디어그룹이 주도하는 CSD(Canal Satelite Digital)가 스페인에서 제1위성사업자로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미치자 스페인 정부가 외국자본의 국내 방송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국영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를 단독지배주주로 세운 경우다.
이밖에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단일사업자의 시장지배나 해외 위성방송의 전파월경을 막기 위해 국가정책으로 공기업이 위성방송사업에 지배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침투를 막는다는 측면뿐 아니라 디지털 위성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통신사업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갖춘 주체가 선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일진그룹의 경우는 현재까지 뚜렷하게 내세우고 있는 해외 모델은 없다. 일진은 각 부문 전문기업을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시장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해외 위성방송 사례들에 대해 업계는 외국과 플랫폼사업자의 개념이 다른 국내에서는 위성방송사업자를 방송사업자라는 개념으로만 국한시키지 말고 통신과 방송의 융합형 서비스를 꾀하는 적극적인 서비스 제공업자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영구도도 중요하지만 초기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단시일내에 가입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다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사업자가 향후 해외 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얼마나 국내 실정에 맞는 경영구도와 마케팅 전략을 창출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