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혁신하라.』
국내 계측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의 윤승기 사장(48)이 공적인 자리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 사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윤 사장은 이 말을 인생은 물론 경영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혁신하지 않으면 성공을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숭실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78년 삼성전자 HP사업부 계측기 부문에 입사한 이래 삼성HP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여년 만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윤 사장의 성공에는 이런 공격적 경영철학이 배경이 되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경영으로 한국애질런트를 분사 이전 규모 이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윤 사장은 항상 매너리즘을 경계한다. 국내 계측기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에도 불구하고 나태함은 언제나 위기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항상 도전의식을 갖고 업무를 혁신함으로써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도전과 함께 항상 강조한 것이 합리성이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합리적으로 해결책까지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윤 사장은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도 함께 제안하라』 『업무시 회사를 위해 무엇이 옳고 좋을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경영철학으로 한국애질런트의 능률 및 생산성을 극대화한 윤 사장은 세세하게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실제 윤 사장을 곁에서 보아온 사람들은 그를 「열린 마음을 가진 경영자」라고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자주 격의없는 자리를 갖는 그에게서는 최고경영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위주의가 없다.
직원들이 해외교육을 받을 때 사용하는 호텔 방에 대한 직급간 차별을 없앤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급 경영진이라고 해서 혼자 호텔 룸을 쓰는 것보다는 모든 직원이 룸을 나눠 쓰고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교육프로그램에 임하는 사원들의 자세는 한층 더 진지해졌다.
최근 들어 윤 사장은 점차 디지털경영을 접목하려고 한다. 윤 사장은 직원들에게 정보(information)와 지식(knowledge)의 「활용」에 대해 강조한다.
향후 회사의 경쟁력은 비용(cost)나 품질(quality)을 뛰어넘어 시간(time)과 가치(value)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국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색다른 마케팅론을 주장한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해 제품을 만드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구별이 모호해질 것이고 따라서 융통성 있는(flexible) 생산에 적합한, 융통성 있는 마케팅만이 회사 생존의 요체가 된다는 지적이다.
윤 사장은 계측기 분야에서는 철저한 유지·보수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고객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공급업체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영업 및 유지·보수에 e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윤 사장과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HP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시간은 짧다. 따라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비상을 위한 움직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윤 사장의 경영철학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