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억 전 한국오라클 상무를 둘러싼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의 법정 다툼이 한국오라클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지방법원 민사부는 21일 한국오라클이 SAP코리아의 최승억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취업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최 사장이 경쟁사인 SAP코리아로 전업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퇴사 당시 1년간 경쟁 3사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는 약정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최 사장은 SAP코리아에 취업하거나 관련 사업에 종사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오라클의 직원을 유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업유인 금지신청에 대해서도 『한국오라클 직원을 모집, 권유, 유인, 요청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SAP코리아는 22일 오후 늦게까지 각종 대응 방안을 고심한 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소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SAP코리아측은 『이번 1심 판결 내용은 금지기간의 장기성이나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문제와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심 판결에 대한 이의 제기 등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 소요 시간이나 절차상 업무에 현저한 피해를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아 금전적인 보상 방안으로 양사가 합의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전적인 보상을 통해서라도 최승억 사장을 SAP코리아에 유임시키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판결은 SAP코리아의 대응방안과는 별개로 향후 IT업계 인력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판결에 이어 이번에도 제소자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경쟁업체간 인력 스카우트는 물론이고, 벤처기업행이 잇따르던 IT업계의 분위기도 상당히 냉각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1년간 경쟁사로 이직을 금지토록 하는 것은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데다, 급변하는 IT업계의 기본적인 생리에 역행하는 것인 만큼 각계에서 우려하는 시각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