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표준화 통합포럼 출범-의의와 남은 과제

23일 열린 전자상거래 표준화 통합포럼(ECIF) 행사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민관 공동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전자상거래(EC) 기반기술의 표준화는 국경의 테두리를 벗어나 향후 세계 EC시장에서 디지털강국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ECIF의 활약이 단지 국내 산업과 기술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는 각계의 기대감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의의=오는 28일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갈 ECIF는 우선 민간주도형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표준화작업들과는 구별된다. 수요와 공급을 촉발시킬 실제 산업주체들이 나선 모임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도 애써 「민간주도」임을 강조했고, 초대 회장으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추대한 것도 이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ECIF의 출범으로 그동안 각개약진식으로 진행되던 EC기반기술의 연구개발작업이 하나의 창구에서 논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 수년간 기업·정부가 중복투자를 남발하며 추진해온 EC사업이 앞으로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것이라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민관의 광범위한 역량을 결집, 세계 EC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에서도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EC환경에서는 한국의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제=그러나 ECIF의 창립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명시함으로써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책임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는 『EC기술 표준화 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학계·연구기관·업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개별행동을 취해온 그간의 움직임을 조율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사실 정보화 마인드를 갖춘 대기업외에는 기본적인 정보화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하고 EC활용도가 극히 저조한 기업들이 절대 다수』라며 『기술표준화는 이같은 토대위에서 진행될 사안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CIF가 정부나 특정 기관·기업들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도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커머스넷 박진영 본부장은 『이번 ECIF창립에는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또한 『그동안 소외됐던 굴뚝산업과 중소 벤처기업들에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