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센터에 새로운 기운이 일고 있다. 무더운 날씨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센터만큼은 시원한 바람으로 충만하다. 자칫 경직되기 쉬운 센터 내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조휘갑 신임원장(57)이다. 조 원장은 이번 달 1일 새로 부임한 이후 센터 재도약을 기치로 누구보다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그동안 해 왔던 분야와 많이 달라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재미있습니다. 센터가 명실공히 정보보호 중추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재미있다」는 말은 「자신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출발이 좋다는 말이다. 사실 조휘갑 신임원장이 정보기술 관련 전문 정부 산하단체에서 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고려대학교와 미국 밴더빌트 대학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경제기획원·통계청·공정거래위원회를 두루 거친 「경제통」으로 소문나 있다. 그렇다고 이 분야의 문외한은 아니다. 컴퓨터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80년대 초 경제기획원 재직 시절, 국가 정보통신 부문의 투자와 중장기 발전계획을 입안하면서 정보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또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정거래위원회 시절에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 관련 불공정 여부 심사를 맡으면서 어느 정도 「감」을 익혔다고 자부한다. 다양한 경험은 못했지만 업무에 필요할 만큼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솔직히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기술 지식은 센터 직원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장이 기술 전반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거치면서 쌓은 기획능력과 센터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임 조휘갑 원장은 초대 이재우와 2대 이철수 원장에 이어 세 번째로 센터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전 원장이 모두 기술관료인 데 비해 조 원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통답게 조휘갑 원장은 앞으로 센터를 효율성과 경제성에 입각해서 「마이크로(micro)」하게운영하기보다는 「매크로(macro)」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정책·법과 제도를 모두 아우르는 실질적인 정보보호 전문기관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한 의지도 잊지 않았다.
『정보보호센터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이 날로 높아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개방화가 원칙이고 분산화된 네트워킹이 특징입니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죠. 금융·교육·전력·정보통신 등 국가의 주요 기반 구조는 물론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는 마당에 정보시스템 훼손에 따른 시스템 운영 마비나 주요 정보자산 유출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때문에 센터의 임무는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센터는 지난 96년 설립 이후 정보보호 시스템 평가 제도, 전자서명 인증체계 구축, 표준 국가 암호 알고리듬 개발, 해킹과 바이러스 상담지원센터 설립 등 굵직한 사안을 모범적으로 수행했다. 또 그동안 해 온 일 못지 않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기관이다. 조휘갑 원장은 한 마디로 센터의 임무와 위상을 크게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체계적인 조직 정비를 통해 조직 운영에 효율성을 기할 방침입니다. 또 급증하는 정보보호 업무에 대응해 인력 확보에 우선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입니다.』
이와 함께 정보보호 시장과 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보보호 산업은 이제 막 발전단계로 접어 들었습니다. 정보보호 산업은 명실공히 21세기 유망 산업입니다.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선진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해 정보호보 산업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센터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국내 정보보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 환경 구축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조휘갑 원장은 이의 일환으로 벤처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보안업체의 기술과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반시설 구축과 연구개발 예산 지원 확대, 제도 개선에 우선적으로 나서고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이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토지·노동·자본보다는 지식과 정보에 기반을 둡니다. 인터넷의 빠른 확산과 열기는 우리나라가 정보산업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반면 정보화의 역기능을 통제하지 못하면 인터넷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센터는 정보화 순기능을 살리고 무단 해킹·바이러스·사이버 범죄 등 역기능을 막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센터의 위상 강화를 기치로 첫 걸음을 내디딘 신임 조휘갑 원장이 말하는 당찬 각오와 포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조휘갑 원장은 누구인가>
1944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통계학과(경제 학사),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경제 석사)을 졸업하고 국방대학교를 수료했다. 경제기획원 조사관리과장을 시작으로 대국민 경제교육홍보기획단·투자계획과·물가총괄과장을 지냈다. 이후 통계청 통계 조사국장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장·사무처장·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기획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해박한 경제지식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진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고 있다. 소탈한 성격이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을 보는 치밀한 면이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운동을 좋아하며 시간 나는 대로 바둑과 등산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