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대표 권성문)에 대한 적대적 M&A설로 증권가에 관심을 모았던 동원증권의 KTB주식 대량 장내매입은 M&A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 투자목적인 것으로 일단락됐다.
김남구 동원증권 부사장은 23일 오전 『KTB네트워크 권성문 사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KTB주식 대량 매입은 M&A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 투자 목적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동원그룹 오너이자 현재 무역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철씨의 외아들로 이번 KTB주식 매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벤처캐피털 대표주인 KTB의 현재 및 미래가치를 감안할 때 저평가됐다고 판단, 약 1000억원을 투입해 KTB 전체주식(6031만주)의 10%를 매입했다』며 『다음주 초 순수 투자목적임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KTB가 올해 국내외 투자기업 주식 처분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는 등 전망이 밝아 적정가격을 4만∼5만원대로 보고 장기적으로 보유할 것이며 현재로선 추가 주식 매입계획은 없다』며 M&A설이 전혀 사실무근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량주식 매입이 투자목적보다는 적대적 M&A로 출발했으나 KTB의 적극적인 공세와 좋지 않은 여론에 밀려 일단 잠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KTB는 동원의 대량 주식매입 시점인 지난달 8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자사주 650만주(10.8%)를 주당평균 8599원에 취득해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였다. 기존 자사주 1050만주와 합하면 1700만주로 전체 지분의 28.18%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대주주와 미래와사람의 지분 11.3%를 합할 경우 우호지분은 39.48%가 돼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지분을 확보했다.
또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창투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동원이 유사한 기업을 M&A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여론의 거부감이 감지된 것도 수면 아래로 접어들게 했던 계기가 됐다는 것. 지난해부터 KTB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나돌면서 이번 동원의 KTB M&A설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가나 관련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KTB와 KTB 인수를 노리는 「세력」간 지분 확보전이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B가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로서 인지도가 높고 벤처산업 신장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데도 불구, 대주주의 지분이 낮고 끊임없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TB의 고위관계자는 『1·4분기에 당기순이익이 126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1107억원에 비해 많아 현금보유력이 충분하고 국내외적으로 투자포트폴리오 구성이 좋아 주식매각을 통한 현금동원 능력이 충분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지분확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어쨌든 이번 동원의 KTB M&A설은 다음달부터 공격적인 M&A가 사실상 전면 허용되는데다 M&A의 귀재인 권성문 사장을 타킷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