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소형가전 업계 최근의 화두는 바로 유통망 다각화다.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유통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늘 답답하고 안타까운, 언젠가 꼭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러나 가전제품 유통환경이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에 따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막다른 골목에 처한 느낌마저 든다.
인터넷 쇼핑몰의 실제 판매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아직까지 실제로 보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제품관여도가 낮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온라인 구매패턴의 이러한 특성을 가전분야에 적용했을 때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제품이 소형가전. 실제로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형가전은 단골메뉴처럼 온라인 카탈로그를 채우고 있다.
한 소형가전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유통망이 허술해 관리가 안되는 상황인데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으로 가격정책마저 엉망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그 역시 전자상거래가 유통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이 대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제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두려워할 뿐이다.
때문에 소형가전 분야의 중견 업체들과 일부 신생 업체 몇몇은 서둘러 인터넷 홈페이지에 쇼핑몰 기능을 첨가, 직접 온라인 유통에 나서고 있다. 동양매직·파세코·부방테크론·유닉스전자·대륙전자·르비앙전자·엔유씨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업체들은 주문만 인터넷으로 받고 카드 결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아직 쇼핑몰 기능을 도입하지 않은 오성사·카이젤·성광전자 등 대부분의 소형가전 전문업체들도 인터넷 쇼핑몰 오픈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유통다각화는 온라인 쇼핑몰의 부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격과 물량공세로 유통파워를 급속도로 키워가고 있는 대형할인점·양판점에다 TV홈쇼핑 업체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오성사와 카이젤의 경우 단시간 홍보 및 판매 효과가 큰 TV홈쇼핑에 주목하고 있으며 최근 전기압력밥솥을 신규 출시한 부방테크론은 LG전자 출신의 영업팀장을 영입, 대형할인점과의 직접거래에 영업비중을 높이고 있다.
성광전자 역시 할인점 등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방테크론 관계자는 『영업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의 경우 유통을 가전제품 전문 총판이나 중간유통 벤더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대형할인점 등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통에 대한 자체적인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자상거래와 대형할인점의 등장은 소형가전 업체들이 중간 유통상들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제품 공급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실제로 소형가전 업체들의 최근 매출비중도 총판 등 중간 딜러들을 통한 전통적인 거래보다 할인점·양판점 등 신유통망 위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대형할인점·양판점 등과 온라인 쇼핑몰은 유통단계의 축소에 따른 가격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시중 소매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기대한다. 시중 양판점이나 대형할인점 및 쇼핑몰은 따라서 제조업체들과의 직접 거래를 통해 판매가격을 낮추려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유통환경 변화는 제조업체에 악덕 중간 유통상의 농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대형유통 업체에 종속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며 『결국 제조업체가 견실한 자금구조를 확보해 순간의 매출에 연연하지 않게 하는 것과 정보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유통망에 대한 관리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