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CEO "몸이 열개라도..."

「바쁘다 바빠.」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각종 모임이다. KU벤처클럽·시작닷컴·EB클럽·벤처클럽@소프라노 등 언뜻 떠오르는 벤처모임만 해도 열 손가락을 넘어선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벤처인 모임, 개인적인 친목을 위한 사교 모임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최근에는 민간주도의 기술개발이나 표준화를 위한 포럼까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통합 포럼·EC연구회 포럼·정보보호컨설팅 포럼 등 올해 들어서만 10여개에 달하는 포럼이 결성됐다. 「인맥 네트워크」를 위해 혹은 기술동향이나 표준화 참여를 위해 이같은 모임이나 포럼은 더욱 늘어날 기세다.

모임이나 포럼이 늘면서 고달픈 것은 역시 인터넷을 비롯한 벤처기업 사장들이다. 소위 잘 나간다는 벤처 사장은 모임 참석이 주 업무가 될 정도다. 한두 개의 타이틀(?)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야후 염진섭 사장, 옥션 이금룡 사장, 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로커스 김형순 사장 등은 이미 연예인 못지않게 주가를 올리는 주연스타급 벤처 사장들이다.

그렇다고 이같은 모임이나 포럼에 빠지고 홀로 설 수도 없다.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자는 뜻도 있지만 돈독한 네트워크를 통해 업체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임을 통해 전략적 제휴가 맺어지거나 때로는 인수합병(M&A)까지 논의되는 경우도 많다.

『벤처 붐이 일면서 모임이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바쁠 때는 저녁에만 3, 4건의 모임에 참석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모임에 빠질 수도 없습니다. 모임에서 심도있는 사업 이야기가 이뤄지지 않더라고 모임을 발판으로 각종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기업의 마당발로 통하는 옥션 이금룡 사장의 말이다.

최근 종합 전자상거래 업체를 표방한 메타랜드 김도진 사장도 이유는 다르지만 모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한다.

『이제 막 출발하는 벤처기업에 모임은 정보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얻는 주요 채널의 하나입니다. 서로 인사라도 해두면 다음에 만나더라도 수월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학맥이나 인맥에 따른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시너지를 위한 비즈니스 협력관계보다는 자칫 세 불리기나 대외 홍보를 위해 제휴를 남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모임이나 포럼은 여전히 늘어날 전망이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인터넷이나 벤처모임 역시 옥석을 가려 참여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