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전쟁.」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위한 참가업체들의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IMT2000 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술전쟁. 전선은 연구실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MT2000개발본부(본부장 채종석) 연구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회의에 나선다. 이들의 역할은 유럽형 이동전화시스템의 발전모델인 IMT2000 비동기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작업에는 130명의 ETRI 연구원과 60여명의 업체파견 연구원들이 참여중이다. 박사급 인력만 32명, 석사급 인력 86명 등 ETRI의 알짜배기 연구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기존 CDMA 이동전화시스템 연구개발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모두 들어있다. 업체 파견 연구원들도 국내 이동통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그만큼 비동기 시스템 개발일정이 촉박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연구개발은 물론 회의에서 업체와 연구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연구진척도를 파악하는 것도 이들 연구원의 몫이다.
190명의 연구원들은 비동기시스템 연구개발의 초기단계인 상세설계작업에 들어가 있다.
기초설계가 IMT2000 비동기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집의 모양을 그리는 작업이라면 상세설계작업은 창문의 종류, 가구 배치, 전원 콘센트의 위치 등을 확정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작업이 완성되는 오는 9월께면 비동기시스템을 구축할 PCB 제작작업에 들어간다. 연말부터는 시스템 실험실을 만들어 각 과정별 실제 실험이 이뤄진다. 비동기 시스템의 본격적인 연구성과물은 이때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비동기시스템 개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개발경험 부족을 야근으로 메우고 있다. 덕분에 대덕연구단지 인근 족발집, 피자집, 야식집이 호황을 누린다. 이들이 음식물을 갖고 연구소 정문에 오는 때가 연구소에 외부 음식물이 반입되는 유일한 순간이다.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오는 7월부터면 아예 연구소에서 숙식하는 일명 「거지파」도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이 가시화되면서 스타반열에 오른 사람도 적지 않다. 채종석 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연구원은 각종 공청회, 세미나의 초청연사로 초대되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공청회, 세미나 스타들이다.
연구원의 일과중 가장 힘든 부분은 제조업체, 통신사업자의 엇갈리는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다. 업체에서 파견된 연구원, ETRI 연구원의 입장차이가 드러날 경우에는 회의는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다. 이때 연구원들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비동기시스템 개발 전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ETRI와 업체 연구원들은 별다른 마찰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을 숙지하는 눈치다.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관련 시스템을 한 번도 개발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서류뭉치를 들고 회의를 하러 들어가는 IMT2000개발본부 시스템기술연구팀 김민택 팀장의 말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