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벤처업계의 자금경색이 심각하다. 시중자금은 풍부하지만 투자회수(exit)인 코스닥이 불안, 돈이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최근에는 「돈맥경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을 보유하거나 수익기반이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에는 돈이 몰려 벤처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극심한 「돈가뭄」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의 실상과 구조적인 문제, 대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지난 4월부터 지속된 코스닥시장 침체는 벤처자금의 흐름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자금조달(투자기관)-투자-가치제고-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자금의 사슬이 끊어진 것.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의 자금운용에 구멍이 생겼다. 초기 벤처기업들은 개발 및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투자유치를 논의해오다 코스닥이 계속 추락하자 투자협의가 더이상 진전되지 않고 3개월째 질질 끌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0배 수준에서 투자얘기가 오가다 이제는 10만원에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러다간 비즈니스 타이밍을 놓쳐 공중분해될지도 모르는 실정입니다.』 (D사 K 사장)
『비즈니스 모델이 기발하다고 투자기관들의 관심을 모으다 벤처거품론과 코스닥 침체라는 돌발변수에 걸려 투자얘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더욱이 업종이 인터넷비즈니스라는 이유로 투자가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합니다.』 (S사 L 사장)
자본유치를 추진하는 벤처기업가들의 푸념이다. 코스닥지수 추락이 본격화된 4월부터 벤처기업들의 외부자본 조달은 예상보다도 심각하다. 프리미엄이 급락하고 있으며 투자까지 걸리는 기간도 날로 길어지고 있다. 투자유치 계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2차 금융권 구조조정과 맞물려 벤처캐피털이 아닌 기관투자가들로부터의 투자유치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코스닥 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 등 투자회사의 자본회수가 철저히 코스닥에 의존, 코스닥 침체가 주식발행시장을 겨냥한 투자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제3시장의 조기출현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코스닥 활성화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제3시장을 개설해 시중자금을 분산시켜 코스닥 추락폭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 제3시장은 코스닥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업체가 대거 지정되고 불건전한 거래행태 등으로 투자가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면서 코스닥시장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부지원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듯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정부가 코스닥시장 재부양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등록 심사기준 및 인력 강화 △우량 벤처기업 등록 유도 △유무상 증자 제한규정 완화 △불공정 공시 차단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 강화 등 정부가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투자회수창구의 다변화도 절실하다. 벤처투자 회수를 주식상장(IPO) 중심에서 인수합병(M &A), 바이백(buy back) 등으로 다양화해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파장을 줄이고 벤처투자기관들의 안정적인 회수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제3시장도 제반 문제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코스닥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한다.
벤처기업들 스스로도 회사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외부에서 자금을 받고 보자는 파이낸스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벤처가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한 비즈니스라 해도 맨손으로 시작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운전자금은 확보한 후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