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전자신문 이은용 기자(사회),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기획지원팀 김운섭 상무, LG정보통신 IMT2000시스템연구그룹 연철흠 상무보, 현대전자 통신시스템BU 김형섭 이사)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IMT2000) 사업자와 기술표준을 선정하는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청회가 열렸지만 각자의 주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장비제조업체들은 서비스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견표출에 소홀했다. 이에 IMT2000 서비스 구현의 근간을 담당할 주요 장비업체의 실무 임원들을 초대해 「난상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사회=현시점은 여러분들의 거리낌없는 의견이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IMT2000 단말, 시스템의 기술표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동기방식 단일표준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운섭=지난 93년 유럽형 이동전화(GSM)기술이 전세계 이동전화시장을 주도할 때에도 국내에서는 사업방식 채택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은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기술의 상용화 성공여부도 보장되지 않아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 CDMA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혹자는 세계 이동전화시장의 80%가 GSM(비동기)이고, 20%가 CDMA(동기)이기 때문에 IMT2000에서도 같은 시장이 형성돼 동기식 시장이 협소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20%는 CDMA 상용화 종주국인 한국이 진입할 수 있는 확실한 시장으로서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44개국, 119개 사업자가 CDMA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CDMA의 종주국인 한국이 WCDMA(비동기)를 채택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장과 기술 종속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cdma2000(동기)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동기식 기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국내 400여개 부품업체와 5000∼6000여개 유통업체가 동기방식을 지향하고, 현재 60% 수준인 부품 국산화율도 연말에는 70∼80%로 올라갈 전망입니다. 만일 WCDMA를 채택하면 혼란은 물론이고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98년 말에야 WCDMA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2002, 2003년에나 WCMDA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고 사업자는 외국장비를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시스템은 유럽, 단말기는 일본의 업체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입니다.
▲사회=LG전자는 동기, 비동기 복수표준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연철흠=LG정보통신도 CDMA를 어렵게 상용화해 혜택을 봤습니다. 국내에서 CDMA를 채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해서 WCDMA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CDMA에서 다진 경험을 가지고 WCDMA까지 개척하고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동기(cdma2000), 비동기(WCDMA)에 모두 진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 시장진입이 중요한 때이고, CDMA에서 다져온 경험을 살려 WCDMA에서도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LG정보통신은 동기, 비동기간 경쟁체제를 주시하고 착실하게 준비해왔습니다. 일본도 예상보다 기술개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동기 분야 시장진입이 늦거나 빠르지 않은 것입니다. 초기에는 당연히 CDMA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WCDMA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LG정보통신은 내년 말까지 WCDMA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난 97년부터 준비했습니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듯 갑작스런 시장진출이 아닌 것입니다. 동기, 비동기 양쪽 다 좋은 기술입니다. 오히려 세계 표준은 비동기가 우세합니다. 초기시장부터 비동기쪽에 적극 대응해야 지역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체는 동기, 비동기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사회=현대전자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김형섭=동기식 CDMA에 장점이 있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같은 생각입니다. 2세대 이동전화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우리나라가 CDMA를 선택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세대 시스템에서도 동기식 CDMA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2세대를 채택하던 때와는 기술, 시장상황이 크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동기식 CDMA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일내에 사업을 시작하고,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비동기식도 문호개방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전자도 조직을 재정비해 비동기식 개발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현대전자는 선 동기, 후 비동기의 복수표준 채택을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3사 간에 입장차이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의 주장에 허점은 없습니까.
▲김운섭=20, 80%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단일표준을 주장하되 제조업체로서는 동기식만 고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V에는 NTSC, PAL, SECAM 등의 주사방식이 있습니다. TV제조업체들이 지역에 따라 주사방식을 달리해 수출하듯 이동전화시장에서도 80%에 달하는 비동기 시장을 겨냥한 단말기와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현대전자의 선 동기, 후 비동기 주장은 준비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업체는 당연히 서로 다른 방식을 모두 개발해 판매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GSM은 물론이고 WCDMA 단말기, 시스템도 남보다 앞서 선보일 것입니다.
LG정보통신도 내년 말까지 비동기식을 준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사업자가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LG정보통신은 틀림없이 자체개발을 완료하기 전에 외국업체의 제품을 들여오게 될 것입니다.
▲연철흠=국내에서 적어도 100만, 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검증해본 시스템과 단말기가 아니거나 기술적인 배경 없이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내업체의 경험이 일천한 비동기방식을 도입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가급적 국내에서 비동기표준도 선택되면 좋을 것이라는 게 제조업체의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업체들이 동기식 CDMA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축적했고 목표가 명확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WCDMA 분야에서도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준이 에릭슨 등 외국 선진업체들과 그다지 격차가 없다는 점을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LG정보통신은 내년 4월까지 비동기 시스템에 대한 현장테스트를 시작하고 내년 말까지 비동기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김형섭=현대전자의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현재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LG와도 단말기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비동기방식은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국내업체들은 2세대 단말기, 시스템 시장에서 성급하게 표준을 선정한 나머지 로열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상용화 종주국답지 않은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단일표준보다는 동기, 비동기 복수표준을 추진해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해야할 것입니다.
비동기 표준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단말기와 시스템을 수출해 시장대응이 가능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업체가 연합해도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를 대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른 시일내에 비동기부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검증을 거친 후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합니다.
LG정보통신의 비동기방식 상용화 일정에도 의문이 있습니다. 최근 LG는 스웨덴의 에릭슨과 제휴를 맺었는데 이는 곧 자체개발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까.
▲김운섭=저도 LG정보통신이 비동기 시스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에 의문이 있습니다. 상용화하기까지 적어도 4, 5년은 소요될텐데 어떻게 내년 4월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까. 모뎀칩 등 핵심 부품의 개발은 완료됐습니까.
▲연철흠=3세대 규격은 아니지만 98년부터 비동기 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검증작업을 거쳤습니다. 현대와 삼성이 우려하듯 에릭슨 장비를 그대로 들여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국기업을 잘 알아야 경쟁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LG와 에릭슨의 제휴는 장비운용이나 네트워크 등 GSM분야에서의 협력관계를 모색한 것일 뿐 장비를 그대로 들여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회=앞으로 IMT2000 사업을 준비하면서 특별하게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입니까.
▲김운섭=경제성 문제가 중요합니다. 특히 중복투자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뒤늦게 비동기 표준을 채택하려면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즉 오는 2005년까지 비동기식은 사업자당 기지국이 3000개가 필요할텐데, 사업자마다 각각 2조3000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합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동기식은 사업자당 57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읍니다. 만일 3개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에는 1조7250억원이 절감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비동기식 채택은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유발한다는 점을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연철흠=그렇지 않습니다. IMT2000의 생산유발효과는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가가치 효과도 21조∼31조원나 됩니다. 또 50만명의 고용효과, 데이터 트래픽의 급증 등을 고려할 때 동기와 비동기를 모두 표준으로 삼더라도 중복투자로 볼 수 없습니다. 제한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비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합니다.
▲김형섭=경제적 가치와 세계시장을 감안할 때 동기 단일표준보다는 복수표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오랜 시간 좋은 의견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3사가 공정경쟁을 통해 국가이익에 이바지하고,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을 선도해나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정리=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