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에 김장한다.」
김치냉장고가 여름에도 김장을 담그게 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장은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 내내 먹을 수 있도록 한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에 다량의 김치를 담그는 것.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장마가 오기 전에 여름철에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김장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김치가 금방 시어버리기 때문에 채소가 귀해지는 장마철이 되면 김치가 「금치」가 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함에도 미리 담가둘 수 없었다.
그러나 김치냉장고가 등장하면서 이같은 주부들의 고민이 사라지게 됐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외부 온도와 관계 없이 김치를 4개월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어 한여름에도 김장을 담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3년간 김치냉장고 수요가 매년 200%를 넘을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김치냉장고를 보유한 가정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한여름에 김장을 담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여름 김장을 위해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을 크게 증가시켜 때아닌 김치냉장고 구입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도공조는 이달들어 김치냉장고를 찾는 소비자들이 갑자기 폭증, 현재 1만여명에게 제품을 공급해 주지 못할 정도로 김치냉장고 수요가 늘자 때이르게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2∼3년간 김장철을 앞둔 연말에 김치냉장고 품귀현상이 빚어진 적은 있으나 이처럼 비수기로 인식돼온 한여름철에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만도공조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주부들 사이에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면 연중 아무때나 김치를 담가도 항상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우리나라에 김장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질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