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자금경색 무엇이 문제인가>중-벤처지주사 문어발식 확장

지난 8일 기업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가 메디슨의 단기유입자금이 많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2단계 내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증권가에서는 이를 벤처지주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자금경색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일부에서는 벤처지주기업의 몰락을 예견하기도 했다.

메디슨은 자금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최대주주로 있는 한글과컴퓨터의 주식과 계열사인 메디다스·무한기술투자 등의 소유지분 19.2%(902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컴의 계열사인 네띠앙(지분율 42.48%), 하늘사랑(48%), 한소프트넷(50%), 예카투어(65%), 한컴리눅스(45%), VIPstock(30%), 그외 25개 투자기업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메디슨에 대한 한기평의 신용등급하락은 무리한 계열사 확대로 인한 자금부족과 코스닥의 장기적 침체에 따른 자금확보의 어려움이 결정적 이유다.

스타벤처기업들이 대기업들의 선단식 경영을 벤처지주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답습하고 있으며 무리한 사업확장이 자금경색으로 이어져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디슨의 한컴 포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다음달 도입되는 사모주식형 펀드가 본격화되면 자금경색이 심화되는 벤처지주기업과 계열사의 인수합병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9일까지 코스닥기업의 타법인 출자총액은 1조20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결산법인 코스닥등록기업의 1·4분기 순이익 5591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이 기간 등록기업의 타법인 출자건수는 475건에 이르러 코스닥등록기업 대부분이 한군데씩 투자한 셈이다.

타법인 출자열풍이 시너지 효과나 사업다각화 차원을 넘어 단순히 외형 부풀리기 양상으로 무차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들어 휴먼컴·이오리스·에스넷시스템 등이 등록한 지 2달도 안돼 다른 법인에 출자,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코스닥기업들의 타법인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은 이제 상식을 넘어 만성화되고 있다.

벤처지주기업들도 상장·등록기업보다 당장 자금회수는 힘들지만 잘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상장·비등록기업에 대한 투자에 더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코스닥기업들의 지주화는 지난 98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골드뱅크는 공모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99년 한해동안 20군데에 출자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코스닥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타법인에 투자한 기업은 새롬기술. 새롬기술은 네이버컴에 249억원 출자를 비롯해 7개 기업에 555억원을 출자했다.

이어 골드뱅크는 29개 기업에 497억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0개 기업에 468억원, 한컴·대양이앤씨는 각각 296억원, 메디다스는 281억원을 투자해 벤처기업 지주화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파워텍도 짧은 기간 7개 기업에 442억원을 출자, 지주기업에 가세했다.

벤처지주기업은 코스닥 열풍의 산물이다. 기술획득이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 코스닥은 4개월째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벤처기업이 지주화라는 허울을 벗어던질 때까지 코스닥시장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