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올 하반기 이동전화 시장은 △가입자 포화에 따른 머릿수 경쟁 종식 △음성에서 데이터로의 사용패턴 변화 △모든 사업자들의 사상 첫 순익 달성으로 요약된다.
5개 이동전화사업자 구도가 정착된 이래 경기의 초점이 돼온 가입자 수는 이제 더 이상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총 2727만여명.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1182만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고 한국통신프리텔 506만명, 신세기통신 340만명, LG텔레콤 370만명 순이다.
예전 같으면 모든 사업자가 가입자 규모를 최고의 선으로 간주,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아니올시다」이다.
가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자들도 더 이상 낙담하거나 머릿수를 늘리기 위해 노심초사하지 않는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입자 수가 이달 들어 오히려 줄었다. 전격적인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신규 가입자는 뚝 끊겼고 사업자들은 불량 가입자들의 해지까지 병행했다.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총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의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지향하는 사업자들이 불량 가입자들을 지속적으로 솎아낼 전망이다. 가입자 총량은 현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입자 규모면에서 그나마 예상되는 변화는 이른바 천이가입자 확보 작전이 본격화될 정도. 보조금이 없으니 가입자들은 어느 때건 가입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다. 각 사업자들은 이들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이동전화 시장의 태풍의 눈은 무선 인터넷으로 IS95C 서비스가 도입된다. 사업자들로서도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는 곧바로 수익 증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사력을 다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업자들은 서비스 질 제고와 이익 발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는 셈이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음성통화 증가율은 15% 수준이었다. 무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데이터통신 증가율은 그의 10배가 넘는 연 150%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통부의 분석에 따르면 96년 10조원 대 1조7000억원의 비율을 보였던 음성과 데이터 시장이 2010년에는 12조7000억원 대 114조3000억원으로 엄청난 역전 현상을 보이게 된다.
하반기에는 바로 이 노다지인 무선 인터넷 시장이 본격 개화한다. 업체별로 하루가 멀다하고 무선포털을 구축, 이동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시장 개척을 위한 장비, 즉 무선 인터넷용 단말기의 적시 공급 및 가격 경쟁력이다. 기존 단말기로 인터넷을 마음껏 즐기기에는 화면도 작고 IS95C서비스에도 적합하지 않다. 무선 인터넷용 단말기는 이제 막 양산에 들어간 상태지만 사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또 아무래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치명적인 것은 보조금이 없어져 개인이 이를 구입하려면 30만원 이상 주어야 한다. 사업자들의 묘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시장상황 변화에 힘입어 5개 이동전화사업자가 연말 기준 첫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파수공용통신(TRS)=올 상반기 TRS업계에 나타난 특징은 한국통신파워텔의 약진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 업체는 TRS의 고유기능인 급송기능(디스패치)과 그룹통화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 이동전화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기업용 통신과 물류통신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벌써 가입자 수가 9만여명이며 이는 전체 TRS 가입자의 90%을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통신파워텔은 하반기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이러한 시장장악력을 더욱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며 여기에 그다지 큰 변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반기에도 한국통신파워텔의 독주가 예상되는 만큼 나머지 전국사업자인 아남텔레콤이나 지역사업자인 서울TRS·대구TRS의 사업상·경영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밖에 경찰·공항·소방서 등 공공분야의 TRS자가망 도입 또는 시스템 교체가 잇따르면서 관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과 손잡은 국내 업체들의 시장주도권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호출=무선호출 서비스 시장은 매달 10%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여 갈수록 적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하반기는 나래앤컴퍼니의 퇴출을 시발로 무선호출사업을 포기하는 그룹과 사업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통신관련 신규사업에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는 그룹의 양대 구도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나래앤컴퍼니의 퇴출이 기정사실화되면 사업권 반납을 고려중인 수도권 외 소규모 사업자의 행보에 가속이 붙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무선호출사업을 고수하겠다는 진영은 서울이동통신과 국내 유일의 전국사업자 SK텔레콤이 선봉에 있다. 서울이동통신은 8월 서비스 개시 예정인 IMS와 초고속 무선 인터넷 사업에 주력, 기존 가입자와 무선망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폐지가 무선호출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