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3차 개방 조치는 사실상의 시장 개방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 등 일부 장르를 제외하면 빗장을 거의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상산업은 정부의 우산아래 성장해 왔다. 그러나 WTO 환경과 도도히 밀려오는 밀레니엄 시대에서의 자국산업 보호라는 경쟁력 없이는 대안이 될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산·학·연과 민관이 똘똘 뭉쳐 문제점과 대안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3차 개방조치가 단행된 문화산업계의 파장과 업계의 대응책, 대 일본시장 진출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영화·비디오 부문이다.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번 3차 개방에서 국내 영화·비디오 시장에 「15세 이용가」 일본영화가 개방된 것은 대부분의 일본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국내에 개봉된 일본 영화 가운데 흥행면에서 성공했던 작품 대부분이 15세 이용가 이하의 등급을 받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비디오시장은 올해 개봉예정인 일본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일 경우 할리우드 영화에 이어 두번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개방으로 수입사와 배급사의 일본영화 판권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일본영화 판권료가 30만달러 이하에 계약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러브레터」의 국내 흥행성공 이후 약 40% 이상 폭등한 상태다. 3차 개방 이후에는 인상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화 및 비디오 시장이 대부분 개방됨에 따라 파생산업이라 할 캐릭터와 완구 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가요 공연의 전면 허용은 음반·공연·저작권 등 국내 대중음악계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일본어 가창 음반의 수입은 개방 범위에서 빠졌으나 공연 분야가 완전 개방, 국내 대중음악 산업에 왜색 물결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 대중가수들의 국내 진출은 그동안 일본가요 표절시비나 유명 스타 베끼기로 비난을 받아왔던 음반기획사나 매니지먼트사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록·뉴에이지·모던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일본음악은 그동안 댄스음악만 편식해왔던 국내 음반산업계의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일본 대형가수들의 국내 공연에 대한 방영권을 확보하려는 방송사들의 경쟁으로 당분간 일본 음악 및 스타 열풍은 국내 가요계와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큰 위기의식을 가져올 것이다.
3차 개방조치로 영상과 음반산업이 상대적으로 몸을 움츠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게임과 방송 등의 분야는 안전지대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수입이 허용된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국이 오히려 앞서 있다고 할 만큼 일본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별다를 우려감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다만 게임의 수준은 낮지만 선정성으로 인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소녀 게임 등의 유입은 국내 업계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송도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지만 프로그램 공급에 애를 먹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업체들이 탄탄한 구성력과 내용을 갖고 있는 일본 다큐멘터리 등을 대거 수입해 방영할 경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이 전면 개방될 경우 드라마나 쇼 등이 아무런 거부감없이 안방까지 파고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