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SM단말기 제조강국으로 등장

지난 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디지털 이동전화방식을 결정하면서 과감하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을 채택해 크게 성공했다. 당시 교과서적인 기술에 머물러 있던 CDMA 이동전화를 처음 상용화함으로써 통신대국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해 CDMA단말기 및 관련 시스템 수출액만도 22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CDMA단말기는 삼성전자가 1264만대로 30.7%, LG정보통신이 600만대로 14.6%, 현대전자가 274만대로 6.6%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4123만여대인 세계 CDMA단말기시장의 52.9%를 점유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 디지털 이동전화시장은 유럽형 이동전화(GSM)단말기가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 142개국 2억5000만여명이 GSM서비스에 가입해 있고 내년에만 1억5000만대의 GSM단말기가 생산될 전망이다. 전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중국만 해도 오는 2002년이면 6820만명이 GSM단말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CDMA단말기 수요는 많아야 3300만대(2002년)에 그칠 전망이다. 물론 중국이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IMT2000)으로 CDMA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상황이 돌변할 수도 있지만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시장에서 차지하는 GSM의 위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GSM단말기 시장의 60%를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가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주목된다.

◇스페인으로 간다 =유럽은 거의 GSM 단일 통화권으로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GSM단말기 수요도 매년 1억대 이상씩 창출되고 있다. 유럽이 GSM서비스 및 단말기의 근원지로서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의 수출목표도 자연스럽게 유럽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지난해 600만대, 올해 1100만대의 단말기 수요를 창출하며 고속 성장하는 국가로서 국내업체들의 유럽 수출 전초기지로 부상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아예 스페인에 GSM단말기 생산공장(SESA)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바르셀로나 인근 팔라우(Palau)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지 9000평, 건평 3500평으로 연간 140만대의 GSM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페인 공장을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GSM단말기 공급 전초기지이자 현지 마케팅의 구심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정보통신도 시선을 스페인으로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스페인의 통신 및 멀티미디어그룹인 텔레포니카를 통해 내년에만 30만∼50만대의 GSM단말기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는 이를 토대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스페인 인근국가로의 GSM단말기 수출을 추진해 내년중으로 300만대, 4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세원텔레콤이 최근 스페인의 이동통신기기 생산 및 유통업체인 비텔콤과 300만대 규모의 GSM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유럽진출의 포문을 열었으며, 맥슨전자도 역시 비텔콤을 통해 유럽에 GSM단말기를 수출하고 있다.

◇로열티가 걸림돌=그동안 GSM단말기에 대한 로열티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외국업체들이 특허 로열티를 요구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 적절하게 피해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기업들의 GSM단말기 생산 및 수출물량이 증대되면서 모토로라, 에릭슨, 노키아, 알카텔, 지멘스 등 주요 표준기술 보유업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GSM이 비동기방식의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를 구현할 기술의 토대로서 그 가치가 치솟으면서 외국업체들의 로열티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GSM 분야에서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다. 국내업체들은 별다른 GSM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특허기술 맞교환(크로스라이선싱)이라는 기재를 사용할 수 없다. 축적된 GSM 기술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특허를 발굴해 육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뒤늦게 기술개발에 뛰어들기에는 시장상황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무선통신기술과 반도체기술을 총동원해 크로스라이선싱에 나섰고 중소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단체(한국이동통신지적재산권협회)를 결성하고 특허압박에 대응할 태세다. 하지만 외국업체들이 코 앞의 돈(로열티)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의 GSM수출에 큰 걸림돌로 등장할 전망이다.<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