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M&A 추진 가속화

쌍용정보통신의 매각 추진과 함께 미국 로스페로재단의 현대정보기술 인수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그동안 시스템통합(SI)업계 내부에 떠돌던 대형 인수합병(M&A)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현대전자가 보유한 현대정보기술 주식 가운데 절반 가량을 로스페로재단에 넘겨 2억달러 가량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정보기술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로스페로재단은 미국 최대 SI업체 EDS의 설립자인 로스 페로가 운영하는 일종의 홀딩컴퍼니로 지난 84년에 EDS를 매각하고 현재는 「페로시스템」이라는 SI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특히 페로시스템은 지난해 대우정보시스템의 인수를 추진했을 정도로 국내 SI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현대정보기술측은 페로재단으로의 회사매각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외국업체와 일부 지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다 가격 절충에 실패, 결렬된 적이 있으나 회사 경영권 전체를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2억달러의 인수가격도 최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정보기술의 주가를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 현대정보기술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SI업계에는 『현대그룹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현대정보기술의 일부 지분 매각은 물론이고 외국계 업체와 제휴하는 형태로 회사 경영권을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최근 매각이 공식화된 쌍용정보통신과 현대정보기술 등 국내 빅5 SI업체 중 2군데가 인수합병의 사정권에 들어옴으로써 국내 SI업계를 둘러싼 M &A 추진은 하반기들어 가속화될 전망이다.

쌍용정보통신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그룹측도 『현재 한 외국 정보기술(IT)업체로부터 회사 매각에 관한 제의를 받고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인수 대상자가 구체화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밖에도 외국계 합작 SI업체인 L사는 국내 SI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견급 이상 업체의 인수 추진을 선언한 바 있으며 국내 대형 SI업체 가운데 한곳도 동종업체 인수를 통한 사업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하반기에 전체 SI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