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음반산업계가 디지털음악 저작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 최대 무료 음악사이트 MP3닷컴(http://www.mp3.com)이 미국 음반협회(RIAA) 및 유명 가수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인해 피소를 당하고 법원의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부 핵심 서비스가 중지됐다. 또 네티즌들의 컴퓨터속에 있는 MP3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서로 교환시켜주는 프로그램 「냅스터(Napster)」의 개발자도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현재 MP3닷컴은 RIAA 및 주요 음반사들에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중이며, 냅스터측은 저작권 위반혐의가 명백한지 법원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며 공짜(?)를 요구하는 네티즌들과 창작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는 카피라이터들간에 한판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먼저 시작됐다.
98년부터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PC통신망을 통해 유료로 제공되던 MP3파일 서비스는 음반사와 일부 저작권단체의 반대로 서비스 중단 및 재개를 수차례 거듭하면서 난맥상을 보이다가 사실상 폐쇄됐다. 또 음반사들이 주축이 돼 직접 인터넷 음악사이트를 구축, 유료서비스에 들어갔지만 다수의 음원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는 데 한계가 있어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판 냅스터라 할 수 있는 「소리바다」라는 소프트웨어가 등장, 네티즌들 사이로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새로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음반협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공식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7월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돼 전송권이 적용되면 또 한차례 저작권 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외 할 것 없이 디지털음악산업이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저작권법 장벽」을 들고 있다.
기존 저작물의 창작과 이용, 또 이를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은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의 흐름에 도저히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래 한곡에만도 권리를 가진 저작권자들이 수십명에 달하는데 어떻게 일일이 허락을 얻어 수십만, 수백만곡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사업에 활용하겠냐는 것이다. 아날로그시대에서조차 자신의 곡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유통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저작자들이 어떻게 복제와 전송이 무한대로 가능한 디지털시대에 일일이 그 허락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가지 정도로 디지털음악 저작권문제 해결방안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첫번째 방안은 「정부가 주도」해 관련 법과 규정을 손질하고 이용자 중심으로 실용성을 확대하라는 지적이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관리하는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이용허락 및 사용료 징수, 사후 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탁관리단체의 선정이 될 수도 있고 정보통신부가 주장하는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특별법 및 주관 단체 선정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작자들과 이용자들의 중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진흥할 수 있는 조정 역할을 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두번째 안은 오히려 「자유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의견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음반사들이 주축이 돼 직접 음악사이트를 구축하고 저작자들로부터 허락을 얻어 디지털음악사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권리자들의 사적재산권을 존중하고 계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자율경쟁이 촉발돼 오히려 디지털음악시장을 이른 시간안에 궤도에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디지털음악 저작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속시원한 답안은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창작자의 저작권은 보호돼야 하고 재창작 의지를 말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재산권이 바탕이 돼야만 디지털음악도, 여타 문화상품도 산업으로서 뿌리를 내려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후대를 위해 고귀한 문화유산도 남길 수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