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로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지금까지 국내시장조사에 힘을 쏟아온 일본 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이 점차 체계화되고 성숙해지고 있다.
국내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소니는 100% 출자 한국판매법인인 소니코리아 대표에 한국인 사장을 임명하고 사회활동을 추진하는 등 한국판매법인의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최근 소니코리아의 고객지원부서를 본부로 격상시켜 한국업체에 비해 취약한 AS체계 강화에 나섰으며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소니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쓰시타전기산업도 장고 끝에 최근 100% 출자 한국현지법인인 파나소닉인더스트리얼코리아를 설립, 가전을 비롯한 모든 마쓰시타 제품의 체계적인 국내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가전제품의 AS부문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우선 하반기중에 직영 AS센터 두곳을 개설해 AS와 부품공급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샤프전자도 품목 다양화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JVC·히타치·아이와·파이어니어 등도 지난 1년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분석하면서 시장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특히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2년째를 맞아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고정비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영업시스템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판매물량 확대를 통한 가격인하 등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국내업체들의 전략도 만만치 않다.
국내업체들은 내적으로는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외적으로는 할인점과 양판점을 통한 판매를 한층 강화하고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섰다.
또 그동안 양적인 팽창세를 유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력과 경영능력이 있는 대리점을 집중 육성하는 정예화 방식으로 대리점 정책을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200여개와 1000여개의 직속대리점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최근 대리점 매장의 디지털화 작업과 간판교체를 통한 새로운 이미지 부각에 힘쓰고 있는데 이들 업체들은 이 대리점망을 잘 이용하면 국내 유통망이 취약한 수입 가전업체들의 공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들은 수입선다변화제도 완전폐지 1년을 지내면서 특정제품을 제외하고는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힌다. 국산 제품도 일본 등 외국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품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수십년동안 구축해온 유통망과 AS에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인터뷰>소니코리아 장병석 사장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1년동안 업계와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일본 기업이 소니다. 소니의 한국판매법인인 소니코리아 장병석 사장은 급변하는 수입가전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니 본사가 택한 인물로 지난 1월 전임인 일본인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소니의 한국관련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캠코더분야를 제외하고는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는 없다. 시장개방이 서서히 이뤄졌기 때문에 한국업체들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일본업체들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변화제도 폐지가 국내 전자산업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다변화제도 폐지를 앞두고 한국기업들이 대리점 체계 정비, 인터넷 거래, 기술개발 등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에 한국 전자산업에는 부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때문에 폐지 후 상대적으로 외국업체들의 경쟁력이 더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수입제품의 가격 안정화와 다양화로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또 소비자의 생활수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본격적인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보는데 올해 전략은.
▲언론이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을 대립관계로 보는데 상호보완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소니코리아의 부족한 점인 서비스·유통·가격을 중점적으로 확대, 보완할 계획이다.
-국내업체와 소니의 장단점을 논한다면.
▲전반적으로 한국업체들의 기술이 우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품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단지 디지털캠코더와 미니디스크(MD) 등은 소니가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소니의 가장 취약점은 AS분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 회계연도 안에 AS센터를 4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가전업체 또는 국내에 들어온 수입 가전업체와 협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삼성·LG와의 기업간(B2B)전자상거래 반도체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시대를 대비해 서로의 제품을 상대방 사이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다른 일본 업체와의 교류는 거의 없지만 장기적으로 사회공헌과 불우이웃돕기 등의 기금을 공동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소니코리아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소니코리아의 기본적인 목표다. 다양하고 편리한 제품을 국내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