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가전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1년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은 외산 가전업체들의 파상적인 공세에 밀려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국내 가전산업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를 총괄하는 이상현(52)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영업본부 구조조정과 서비스 개선활동을 진두지휘해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본부 경상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둬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으로 가전시장에 적지잖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외산 가전업체들이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폐지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일부 국산제품의 경우 생존의 위협까지 받는 실정이다. 특히 컬러TV·VTR·캠코더 등 AV제품군을 중심으로 수입업체들끼리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수입제품의 가격이 평균 15% 정도 떨어지고 시장점유율도 다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려할 만큼의 큰 변화는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유통시장 개방이 국내 전자산업과 소비자들에 미친 영향은.
▲유통시장 개방 이후 국내 전자업체들은 수입업체들에 대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서비스와 물류 등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한편, 유통업체들과의 결속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통시장 완전개방이 국내 전자업체들로 하여금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약이 된 셈이다. 소비자들도 제품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맹목적으로 외산제품을 선호하기보다는 국산제품과 외산제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하며 구매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국산제품과 외산제품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파브·지펠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과 디지털TV·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제품의 마케팅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면서 수입제품에 대응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통 및 제품별로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또 파브 전문점과 지펠 전문점 등 전문점 체제를 강화하고 특판·직판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유통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도 빠른 공급망관리(SCM)체제로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관계관리(CRM)를 체질화하며 서비스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고객만족 제고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수입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품목과 수입업체 중 가장 경계해야 할 업체를 꼽는다면.
▲대형 프로젝션TV와 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주력제품은 외산제품에 비해 한발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외산업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시장점유율 수위를 달리고 있다. 완전평면TV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도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소니와 마쓰시타의 행보를 눈여겨 살펴보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