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수입선 다변화 해제 1년 점검>가전업계 동향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나면서 AV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가전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일본 가전업체들은 소니·산요·마쓰시타전기산업·샤프전자·JVC·히타치·아이와 등을 중심으로 점차 체계화된 조직을 갖추고 지난 1년동안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분석하면서 국내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소니. 소니는 한국판매법인인 소니코리아 대표에 한국인 사장을 임명하고 국내에서의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소비자들에게 소니코리아가 한국업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최근 소니코리아의 고객지원부를 본부로 격상시켜 그동안 한국업체에 비해 크게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온 AS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홈쇼핑과 인터넷을 활용한 신규유통을 활용한 전자상거래에 나서는 등 매출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요도 국내 가전시장에 종합가전업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켜 조기에 국내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계획으로 전국에 200여개의 대리점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산요는 또 기존 25개의 AS점을 50개로 확대, 음향기기와 영상기기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마쓰시타전기산업은 지난 1년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100% 출자법인인 파나소닉인더스트리얼코리아를 설립했다.

마쓰시타는 이를 통해 체계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이밖에도 올하반기중 직영 AS센터 2곳을 설치해 가전부문에 대한 AS를 대폭 강화하고 부품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현지법인을 운영해온 샤프전자는 수입선다변화를 계기로 국내 공급제품을 다양화해 국내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꾀할 계획이며 아이와는 국내에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JVC·히타치·파이어니어 등도 지난 1년동안 취급품목을 꾸준히 늘리면서 고정비 부담을 크게 줄이는 등 영업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것에 주력해온 데 이어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2년째인 올해는 판매물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일본 가전업체들의 공세가 날로 강해짐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들도 기술력을 강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할인점과 양판점 등으로 유통망을 다각화, 전자상거래도 적극 활용하는 등 시장수성을 위한 방안 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들어 AV기기뿐만 아니라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일본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는 벽걸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TV에 이어 CDRW·디지털에어컨·인터넷냉장고·인터넷전자레인지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을 속속 개발,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디지털냉장고와 인터넷전자레인지 등을 시작으로 그동안 일산제품에 비해 취약한 분야로 지적돼온 AV기기분야에서 일산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의 첨단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아직 일본업체들도 개발만 해놓고 상품화하지는 못했거나 개발중인 차세대 제품들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제품에서뿐만 아니라 마케팅부문에도 디지털화 전략을 도입하고 전국 각지의 직속 대리점 간판을 이에 맞도록 교체하는 등 이미지 제고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또 각각 1200여개와 1000여개에 달하는 직속대리점망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유통망이 취약한 일산 가전업체들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판매력이 높고 경영능력이 우수한 대리점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정예 대리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년이 일본 가전업체들에 있어 국내시장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면 국내 가전업체들에는 일산제품과 직접 경쟁하고 부딪치면서 일산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시간이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일부 특정제품을 제외하고는 국산제품이 일본 등 외국 선진기업들의 제품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시장은 국내 가전업체들이 지난 수십년동안 다져놓은 유통망과 AS망 등이 강력한 힘을 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통망이 취약한 일본업체들이 쉽게 파고들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