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기존 시스템과의 통합문제

지난 27일 한국IBM이 고객사 중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B2B/EAI 전략세미나」 행사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련 인사가 빼곡히 들어찼다. 열의도 대단해 행사장은 바깥 날씨 만큼이나 열기가 후끈할 정도였다. B2B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기업 전산실마다 내부 시스템과 외부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해 EAI(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태영화학 조문길 사장은 『화학업종 B2B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많이 듣는다』며 『이에 앞서 기업과 기업간에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효과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공부하려고 왔다』며 이 날 행사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B2B에서 시스템간 통합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B2B가 강조되는 것은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한 처리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고서는 전화를 하건, 팩스를 이용하건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또 이기종 포맷을 전환하기 위해서도 뭔가 부수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시도했던 B2B가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해 비용을 낳고 업무효율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시스템, 물류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간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고서는 「절름발이 B2B」가 되고 마는 것이다.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시스템 통합=『A라는 의류전문업체는 B사에서 10만원씩 100벌을 주문받았다. A사는 원래 15만원씩 받아야 하는데 워낙 불경기인데다 거래선도 틀 수 있다는 생각에 10만원에 거래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고는 바닥이었을뿐 아니라 원단가격과 비교해서도 도저히 불가능한 액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의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온라인 상에서 주문만 받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실제 기업이 보유한 재고물량을 파악하고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의 원가시스템과도 연결돼야 손익구조가 맞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B2C의 경우 이틀이 지난 후에서야 「품절로 인해 주문이 취소됐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는 바람에 사용자 인식이 악화된 것을 감안할 때 B2B가 활성화되기 위해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시스템간의 통합은 절실하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 시스템과의 통합=기업의 경쟁력은 납기일 준수와도 무관하지 않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기업간 경쟁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각 기업마다 배송체계를 갖추어 납기일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요한 때 바로 물류시스템에 주문내역을 통보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기간시스템, 프런트엔드시스템이 통합돼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구매자 입장에서 주문한 물건이 현재 어느 시점까지 와 있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물류시스템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애플리케이션간 통합=기업마다 전산화에 앞장선 이래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의 종류만도 수십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데이터가 여기저기에 산재돼 있을뿐 아니라 데이터를 변환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B2B로 인해 기업간 상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애플리케이션간 통합은 전산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가 되고 있다. EAI 솔루션과 B2B 엔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만큼 제품간 비교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B2B 구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