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행정업무처리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에 신속하고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말한다. 따라서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정보 마인드의 확산이다.
우선 물리적 정보 인프라의 확보 측면에서 보면 한국 정부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앞서 있는 편이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OECD 회원국의 전자정부 추진현황 예비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공무원의 PC 보급률은 78% 수준으로 아일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벨기에 다음으로 높다. 인터넷 접속률도 덴마크 100%, 한국 78%, 오스트레일리아 64% 순으로 한국 공무원의 웹 접속률이 세계 2위 수준이다.
또한 한국 정부기관의 웹 서비스 비율은 100%로 37개 정부부처 모두가 인터넷을 통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온라인 서비스 촉진을 위한 전자서명 및 인증정책 부문에서는 벨기에, 캐나다, 체코, 핀란드, 독일, 노르웨이, 영국, 한국 등이 이미 관련 정책을 수립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은 전자서명법 제정을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고용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은 공공·민간 분야에 대한 전국적인 고용정보 제공과 온라인 구직 접수 및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제공, 민간고용단체와 협력한 서비스 등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처럼 잘 갖춰진 물리적 IT 인프라가 기존 업무형태를 개혁하고 정부를 변화시키는 도구로 실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한국 공무원의 전자우편 보급률만 보더라도 덴마크, 스웨덴 등이 100%인 데 반해 한국은 포르투갈(5%), 스페인(19%)에 이어 29%로 매우 저조하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행정개혁 프로그램」이나 캐나다의 「정보접근법」 등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온라인 정보제공에 대한 총괄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한국은 온라인 정보제공이나 온라인 민원 서비스에 대한 비용부과 정책은 아직 제정돼 있지 않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의 실제 사례를 비교해도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포르투갈, 터키 등이 개인소득 및 세금과 관련한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소득세 신고 분야에서 한국은 전자서식만 제공할 뿐 전자접수는 아직까지 시험운영 수준이다.
결국 한국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IT인프라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 있으나 적극적인 내부 교육, 대외 홍보를 통해 이를 실제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 전자정부는 통신망, PC 보급 등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왔으나 앞으로는 표준 제정이나 시스템 구축 프레임워크 제공 등 정보화 촉진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인프라 구축과 문서관리, 정보 공동활용 등 기존 업무처리 방식에 대한 재설계(BPR)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이번 전자정부 실태 조사의 결론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