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 블루투스

컴퓨터의 선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잠시 몸을 일으켜 컴퓨터 뒤쪽을 살펴보자. 전원케이블을 비롯해 패럴렐 포트에 연결된 프린터 케이블, PS/2 포트에 연결된 마우스와 키보드 케이블, 그래픽카드에 연결된 모니터 케이블도 모자라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을 경우 랜 케이블까지 갖가지 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선들은 데이터가 이동하는 길이다. 컴퓨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무선 전화기의 등장으로 사람의 활동범위가 넓어진 것처럼 무선 컴퓨터의 등장은 비단 컴퓨팅 환경뿐 아니라 컴퓨터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블루투스(Bluetooth)는 이러한 변화를 가져올 차세대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이다. 8세기께 유럽 대륙과 북아프리카까지 세력을 확장했던 바이킹 지도자인 헤럴드 불탄의 별명에서 유래된 블루투스는 차세대 무선 데이터 전송의 세계적 표준이 되겠다는 야심이 숨겨진 이름이다.

블루투스의 시작은 지난 9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동통신 분야의 세계적 강자인 에릭슨과 노키아, 컴퓨터 분야의 IBM과 도시바, 인텔이 모인 SIG(Special Interest Group)는 이름 그대로 각사의 특별한 관심을 모아 컴퓨터 각 장치의 연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SIG는 그 기술을 블루투스라고 이름붙였고 지난해 11월 열린 컴덱스와 올해 3월 세빗 전시회에서 관련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블루투스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자 SIG에는 기존 5개사 이외에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스리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속속 참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400여개 업체들이 SIG와 협력을 맺고 블루투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블루투스의 데이터 전송 능력은 초당 1Mbps 정도다. 곧 2Mbps급 규격이 나올 예정이며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10Mbps급 2세대 블루투스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 전송 가능 거리는 약 10m 정도다. 물론 출력을 높이면 최대 100m까지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력을 높이면 전력 소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블루투스가 가져올 생활의 변화는 매우 크다. 우선 사용자가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등을 원하는 위치에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블루투스가 적용된 사무실을 상상해보면 사용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PDA와 데스크톱 PC를 무선으로 연결해 전자우편이나 스케줄 관리 데이터 등을 교환한다. 회의 시간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빔프로젝트를 무선으로 연결해 프레젠테이션 데이터를 전송한다. 생산 관리자는 이동중이더라도 그날의 생산 상황과 재고 상황 등을 자동으로 전송받는다.

사무 환경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블루투스가 적용되면 냉장고나 에어컨, 심지어 커피메이커 등 각종 가전제품을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해 제어하는 홈오토메이션을 실현할 수 있다. 또 항공권이나 기차표 등 각종 발권도 일일이 줄 설 필요 없이 자신의 데이터가 들어있는 PDA를 리더기 근처에 대면 자동으로 처리되며 각 블루투스 장비를 연결해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 블루투스에 대해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2002년까지 세계적으로 2억대 정도의 PC와 79%의 이동전화에 이 기술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