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편하게 학점 채우려고 듣는 거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L양)
『게시판에 질문 하나 올려도 답변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답답합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K양)
지난 학기 숙명여대 가상대학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반복 학습이 가능한 학습자 중심 교육을 모토로 지난 98년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시작된 숙명여대 가상대학이 처한 현실이다.
가상대학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공통된 불만은 수업 이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도 맞추기에 급급한 일방적 강의방식에 모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아 지루하고 학습의욕도 떨어진다며 불만의 소리를 높였다.
지난 1학기 숙명여대 국제마케팅론 가상강좌 수강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의 전과정을 수강한 학생은 12%에 불과했다.
또 가상강좌를 다시 수강하는 학생의 비율도 19.8%에 그쳐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학사관리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학기 180여명이 수강한 컴퓨터 과학개론 강좌에서 매주 리포트를 평가하고 질문사항을 관리한 사람은 전담조교도 아닌 단 한명의 학과조교에 불과했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Y양은 『리포트 평가와 질문, 답변이 대부분 조교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수업을 교수님으로부터 받는 건지 조교로부터 받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가상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학사관리측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램 오류나 통신환경의 미비로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개선을 요구해도 학교측 반응은 전무하다.
가상대학 관계자는 『최근 초고속통신망을 보유한 가정이 늘고 있고 PC방이나 학교 전산실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같은 가상대학에 대한 불만은 숙명여대에만 한정된 일은 아니다.
대학간 연합으로 운영하는 가상대학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 11개 대학이 공동 운영하는 열린사이버대학 전자상거래 강좌에는 지난 1학기 1000여명이 수강했지만 리포트와 쇄도하는 질문에 교수와 조교 각각 한명으로 한 학기를 마쳤다.
열린사이버대학의 관계자는 『4∼5명의 조교가 나눠서 수업을 관리하고 교수들이 나름대로 채점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겠냐』며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화여대 등 9개 대학이 운영중인 한국가상대학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경북대 가상대학센터 관계자는 『가상대학의 운영·관리를 한 대학이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교대로 운영을 맡기 때문에 기술적·관리적 측면에서 노하우 쌓기가 불가능하다』며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생들의 비효율적인 이용, 교수와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운영,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한 상태로 운영되는 가상대학은 본래 취지가 퇴색된 채 학점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명예기자=양진원·숙명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