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정보통신 포럼 난립 배경과 대책

포럼 전성시대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관련 포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 4월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포럼만도 9개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3개 포럼을 추가해 12개 정도를 전략 포럼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순수하게 민간주도로 설립된 포럼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20여개로 늘어난다. 포럼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포럼이 본래의 설립취지를 살리면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황=정보통신·인터넷과 관련해 정부 주도로 지금까지 설립된 포럼은 9개 정도. 지난 4월 설립한 인터넷 텔레포니 포럼을 필두로 인터넷 정보가전·전자화페·인터넷보안기술·정보보호컨설팅 등이 창립총회를 가졌으며 올해 안에 소프트웨어 컴포넌트·IMT2000 표준화 포럼 등 3개가 더 설립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정통부와 산자부가 공동으로 전자지불·전자카탈로그·전자문서·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아우르는 전자상거래 통합포럼까지 출범시킨 상황이다. 여기에 전자상거래협동조합이 설립한 전자상거래연구회 포럼, 정보산업연합회가 주도한 인터넷비즈니스 포럼 등 가히 포럼 전성시대라 할 정도로 포럼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보통신·전자상거래와 관련해 지금까지 설립된 정부와 민간주도의 포럼은 20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배경=이처럼 포럼 설립이 붐을 이루는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포럼의 첫째 임무는 표준화다. 일반 기업체 스스로 시장 지향형 표준안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적극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간 중복투자를 막고 부문별 시스템간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정부에서도 민관의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고 전자상거래와 통신 분야의 빠른 기술발전에 비춰 볼 때 민간주도의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포럼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합 전자상거래 포럼 박용성 초대 의장은 『국경없는 비즈니스인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지역이나 국가 표준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국제 동향과 표준에 부합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민간주도의 기술 표준화를 위한 포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제=기술 표준화가 포럼의 첫번째 임무로 부상하면서 기존 정부 산하 표준화 단체와 사업영역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와 정보통신 관련 단체 표준은 정통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산자부 한국표준협회가 전담해 왔다. 민간주도의 포럼이 활기를 띠면 당연히 이같은 단체의 역할은 축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협회와 조합 등 각종 민간주도의 단체 역시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일부 협회는 이 같은 포럼 결성에 적지않은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TTA 기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술 표준화 추세가 단체나 국가표준보다는 시장표준이 대세가 되면서 가뜩이나 표준단체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포럼까지 출범해 새로운 위상과 역할 정립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각 포럼의 사업중복 문제다. 예를 들어 정보보호·전자지불과 관련해 인터넷보안기술·정보보호컨설팅·전자화폐 등 3개 포럼이 출범했으며 이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 전자상거래 포럼까지 등장했다. 이들 포럼은 벌써부터 사업영역을 놓고 적지않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상호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자화폐포럼의 경우 통합포럼과 정확한 위상정립이 이뤄지지 않아 참여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착실한 준비없이 「일단 설립하고 보자」는 다분히 전시행정 위주의 포럼 설립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적인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부처 사이에 혹은 부처와 포럼 참여업체 사이에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포럼 설립 못지않게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며 포럼이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포럼 참여업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