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도시바와 제휴해 2년반만에 반도체사업을 본격 재개함으로써 사업전망과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새삼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표방한 동부전자의 진출로 D램 반도체에 편중된 반도체산업구조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동부가 과연 막대한 자금과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엇갈렸다.
다른 한켠에서는 반도체 빅딜이 이뤄진 지 채 1년도 안돼 또 다시 반도체 신규사업이 이뤄짐으로써 국내 반도체 정책 당국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신만만한 동부
동부가 도시바로부터 이전받을 회로선폭 기술은 0.25∼0.13미크론급의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로직 공정 및 디자인 기술로 비메모리반도체의 핵심기술이다. 이 분야 0.35∼0.25미크론급 기술을 적용하는 국내외 경쟁사들에 비해 한단계 나아간 기술이다.
동부는 이같은 신기술과 함께 최근 반도체시장이 호황국면에 접어들어 첨단 기술은 물론 도시바라는 초우량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진출초기부터 사업을 매끄럽게 추진할 것으로 낙관했다.
내년에 1억5000만달러, 2003년 이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2002년께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계획도 이같은 낙관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넘어야 할 산들
그렇지만 동부의 반도체사업에 가로놓인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다.
업계는 동부가 양산라인을 계획대로 구축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동부는 올해안으로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나 관련설비 및 장비업체들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한 설비업체의 관계자는 『동부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비메모리반도체로 방향을 바꿔 시설규모와 장비사양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일정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장비도입이다.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세계 반도체업체들의 주문 급증으로 물량이 부족하고 납기가 길어지는 마당에 동부전자에 장비를 제때 공급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라도 장비납품이 늦춰지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반도체 제조의 특성상 동부전자의 내년 상반기중 본격 양산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시각이다.
동부는 아직 본격적인 발주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인력수급 문제도 만만찮다. 동부는 올해 생산직을 제외하더라도 100∼200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나 국내에는 인력 자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삼성·현대 등 기존 업체의 인력을 데려와야 하나 분쟁의 소지가 많다.
이에 대해 동부는 삼성·현대 등에서 퇴직한 인력, 구 LG반도체 출신 인력, 해외소재 인력 등을 불러들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급한 문제는 투자재원 확보다. 이미 2억달러를 투자한 동부는 나머지 5억달러를 당장 마련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성과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도시바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은 5000만달러도 계획한 투자재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며 더욱이 동부전자는 그룹 관계사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
동부는 『도시바외에도 자본투자를 협의중인 국내외 투자가들이 여럿 있으며 물량공급 계약을 추진중인 고객사도 세계 유수업체를 비롯해 5개사나 된다』며 재원확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
일단 동부의 반도체사업 진출로 취약한 국내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의 저변은 한결 넓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은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적극 추진하려 하나 투자자원이 D램 등 메모리반도체사업에 집중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부가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개척하겠다고 나서 국내 비메모리반도체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이 본격적인 경쟁구도로 바뀌어 관련 전문인력의 배출과 신기술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비시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당장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시바가 동부에 핵심기술을 이전해줄 것인지도 미지수다.
또 새로운 장비수요도 외산 장비업체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비업계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시바의 생산라인을 본뜰 가능성이 크며 도시바처럼 일산 장비를 그대로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주문형반도체(ASIC)업체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ASIC업체의 모임인 ADA는 최근 동부와 협력을 타진했으나 탐탁치 않은 반응만 들었다고 밝혔다. 동부의 반도체사업 재개 명분이 ASIC업체들과 같은 공장없는(fabless) 회사들을 위한 순수 파운드리인데 이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삼성·현대·아남 등도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보다는 이로 인한 인력 유출을 걱정할 뿐이다.
또 한편에서는 동부가 결국 아남반도체처럼 외국 반도체회사의 수탁생산업체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들은 동부보다는 정책당국을 향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빅딜을 끝내놓고도 1년도 채 안돼 또 다른 대기업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용인해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반도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