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게임>세계 시장 동향과 한국 산업의 미래

벤처나 인터넷 비즈니스 붐에 이어 200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산업분야 가운데 하나는 단연 게임산업이다.

소위 「음지의 꽃」으로 불렸던 게임산업은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상징하는 99년의 「빅뱅(대폭발)」을 계기로 지식·문화산업의 총아로 각광을 받으며 일약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는 것이다.

종업원 수십명에 불과한 게임업체가 코스닥에 당당히 입성해 액면가의 100배를 넘는 주가를 기록하고 출렁이는 시황속에서 상승세를 지속, 보수적인 투자가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게임시장에 유입된 투자자금만 공식적으로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게임시장에서 철수했던 대기업들이 속속 회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관련주가 코스닥에서 테마주가 된다는 것은 2∼3년 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업계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조차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게임산업의 역사를 반추해보고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업계가 약간의 풍족함과 호전된 환경 때문에 샴페인을 터트릴 때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난 72년 세계최초의 전자게임 「퐁」(PONG)을 상품화한 미국의 아타리(Atari)사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아타리VCS」시리즈로 최절정에 달했던 82년도에 무려 20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83년에 미국 증권가를 강타한 「아타리 쇼크」가 다름아닌 이 회사의 매출부진에서 비롯될 정도로 이미 아타리는 공룡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의 외신은 지난 94년부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SCE)가 발매하기 시작한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의 누적 판매대수가 무려 7500만대를 돌파했으며 89년부터 보급된 닌텐도의 휴대형 게임기 「게임보이」 누적 판매량은 1억대를 돌파했다고 전한다.

소니는 PS를 출시한 이후 소비자가 3만9800엔을 고수해 왔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PS는 하드웨어만으로 무려 3조엔에 달하는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여기에 연평균 수백종의 전용 타이틀을 출시, 꼬박꼬박 대박을 터트린 것을 생각하면 국내업체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국내업계가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들이 한달이 멀다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고 전략적 제휴나 우수 개발사를 상대로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가정용 게임기 「X박스」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아키텍처 전략을 표방하고 PC 및 가정용 타이틀 개발·제작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번지소프트」라는 PC게임 회사를 인수, 개발력을 보강했으며 「애시론즈 콜」이라는 게임을 앞장세워 전세계를 상대로 온라인 게임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소니는 휴대폰을 통해 무선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바일 PS, 기존 PS를 경량화한 휴대형 PS 등을 상품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에버퀘스트」를 비롯, 온라인 게임사업을 전담하는 「소니 온라인」의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세가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온라인 게임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홍콩에 「세가닷컴아시아」를 설립했으며 CSK네트워크라는 회선사업자와 제휴, 총 50억엔을 투입해 드림캐스트로 수십만명이 동시에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버호텔을 짓기로 했다.

닌텐도는 32비트 휴대형 게임기 「게임보이 어드밴스트(GBA)」를 올 가을 도쿄 게임쇼에서 선보일 계획이며 「파이널 팬터지」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사도 「플레이 온라인」이란 포털서비스를 올 가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업계가 경쟁력이 취약한 아케이드 게임이나 가정용 및 휴대형 게임시장은 물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온라인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메이저들과 조만간 조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게임업계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장할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차세대OS, CPU, 서버, 인터넷 등 게임산업과 연관되는 기술에 대해 유기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주체는 현재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수요에 비해 인력 양성 시스템은 매우 취약하다. 물론 게임학과와 학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을 지도할 우수한 교수진이 크게 부족,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게임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업계에 좋은 일이지만 게임대회가 매주 열리고 몇몇 게임회사의 주가가 폭등한다고 해서 한국이 게임강국이 된 것처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대표 hoyoo8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