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효율성 문제다. 힘들여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가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기업환경이 기술혁신 및 지식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전산환경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시스템 활용면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이 정보시스템의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동일한 기능을 갖는 시스템을 중복 구축하거나, 또는 비싼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자동화부품 제조업체 A사는 종업원 20명으로 1인 1PC도 실현하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나마 초기 펜티엄급이고 사용중인 사무자동화용 프로그램도 기초 문서작업용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기업정보화에 나서기로 하고 사내 근거리통신망(LAN) 구축을 시작으로 정보화에 나섰다. 서버를 중심으로 10여대의 PC를 연결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만원 남짓. 그러나 비용보다는 기업정보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256MB 메모리 및 18GB급 등 필요 사양의 2배가 넘어서는 제품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회사 K 사장은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기술 발전 추세로 보아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종업원 수에 비해 최소한의 시스템만을 구비한 업체,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운영이 지연되는 업체도 다수다.
종업원이 200여명을 넘어서고 수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 B사의 경우 IMF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할 정도로 정보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업체였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와 검증 없이 도입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적용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용 ERP모듈을 적용했기 때문. ERP운용과정에서 불필요한 부서가 생기고 중소기업에 맞지 않는 업무 프로세서가 발생하는 등 역기능이 나타났다. 업무과정을 간소화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ERP가 혼란의 주범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사례는 모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궁극적 목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력 제고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즉, 정보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만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보화 추진이 늦을 경우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속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인력이 없어 운영은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다.
기업정보화를 위해 얼마의 돈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며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 혹은 이렇게 구축한 정보시스템이 경영합리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사전에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는 비단 ERP시스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솔루션을 구축해 놓고 이 솔루션이 어떤 개념을 가지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마인드가 중소기업에는 부족하다.
중소기업이 놓인 환경을 감안할 때 정보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들은 효과가 아닌 효율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기업정보화 솔루션이 나와 있고 이를 이용하면 경영합리화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솔루션이 아직까지는 대기업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용은 비싸면서 효율성이 없는 제품도 많다.
또 중소기업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향도 검토돼야 한다. 이를 위한 기반기술은 물론 협력체제가 수립돼 있지 않아 이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지만 정보시스템이 확장성과 통합을 기반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따라서 정답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 수립 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다.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정보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컨설팅을 통해 회사의 정보화 능력을 정확히 평가받아야 한다. 이때 정보시스템을 사용할 사람의 사용능력과 조직 전체로서 업무처리 절차가 능률적인지 여부, 회사의 업무·조직·정보가 시스템화하기에 적합한지 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별 접근을 통해 적합한 정보시스템 도구를 선정해야 한다. 한꺼번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효율적 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능력도 중소기업 정보효율화의 주 요소다. 그리고 정보시스템의 구축 주체가 회사 조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보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췄다고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전체 조직구성원의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전략이나 전망 등을 기반으로 조직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전산부서나 관리부서에서 시스템의 구축을 주관하는 것보다 별도의 팀을 만들어 최고경영자가 주도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추진 주체인 중소기업 자신이 기업목표와 규모를 이해하고 정보화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만이 「닭 잡는 칼로 소를 잡고,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중소기업 정보화에 따른 비효율성이 극복될 수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