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는 코스닥등록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에 대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지만 이를 밝힐 경우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사 보류 및 기각 내용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탈락이유가 밝혀질 경우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면 코스닥등록 심사를 청구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게 투자자와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탈락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과연 공정한 심사였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탈락한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업체도 우리 회사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 아직 우리 회사는 기준에 부적합하니 우선 내실을 다지고 나중에 코스닥행을 시도할 것인지 등을 결정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인력과 시간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기업이 코스닥등록 심사를 청구하는 경우 한달여 전에 주간사를 선정, 미리 기업실사와 분석을 마치고 청구서 작성의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주간사와 기업이 만나서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해 공모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4∼5개월이 걸린다.
주간사는 대개 기업과 공모대금의 얼마를 수수료로 받는 계약을 맺고 있다. 다시 말해 공모 전에 심사청구가 기각되면 주간사는 한 푼도 못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위원 만큼이나 코스닥 등록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이 심사청구가 기각될 게 확실한 기업의 등록업무를 대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혀 심사통과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주간사로부터 1차 제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위원회는 지난 3R 사태처럼 심사위원의 이해관계에 따른 고무줄 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심사청구기업과 관련이 되는 위원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하고 심사청구기업이 특정위원을 기피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11명 위원의 면면을 보면 재계나 학계의 위치상 어떤 부분으로든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1∼2명의 위원이 특정 기업 심사에 빠진다고 해서 위원의 입김이 사라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란 지적이다. 또 「가」라는 심사청구 기업이 우리 회사에 불리한 입장을 낼 수 있으니 특정위원을 심사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할 경우 「가」기업은 무사히 심사를 통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간사의 역할이 심사 통과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는 현실에서 차후 다른 기업의 심사를 청구해야 할 증권사가 심사청구 기업의 특정위원 기피신청을 찬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피신청제도가 처음의 취지대로 활용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심사청구기업은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의 문제점도 드러낼 각오를 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코스닥위원회가 회사의 존폐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탈락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심사위원에 대한 오해와 심사기준에 대한 불만, 또 많은 엉뚱한 추측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심사기준의 명확한 공개밖에 없어 보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