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끝)-에필로그

「전세계 B2B의 중심으로 서자.」

B2B를 두고 민간기업이나 정부, 단체할 것 없이 국내 모든 진영들이 한결같이 외치고 있는 것은 한국의 B2B 주도론이다. 20세기 기존 경제 체제 하에서 미국, 일본에 이은 수직계열화된 존재가 아닌 세계 경제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경제의 주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B2B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2B가 이러한 국가적인 숙원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매개고리인 이유는 B2B가 일국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의 글로벌한 경제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기존 기업의 경제활동과 행위를 전면 재편하는 혁명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2B는 21세기들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개념이면서 아직 절대적인 강자기업이나 주도국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기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마이너 플레이어들도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다수의 연합군 확보를 통해 얼마든지 메이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전세계 경제의 중간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에는 새롭게 재도약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B2B는 기업 경제행위와 관련된 모든 오프라인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것인 만큼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움직임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경제 행위와 관련된 모든 물질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마인드나 의지와 같은 정신적인 부분까지 의식적으로 결합되지 않으면 절름발이 B2B가 돼 결국 B2B가 몰고올 파괴력·혁신적인 변화 자체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B2B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첫단추부터 제대로 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후죽순격으로 모든 기업 및 기관들이 B2B에 나서고 있지만 선언적인 의미 이외에 준비상태나 진행 상황을 보면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 특히 B2B 구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제도적인 부분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DIB의 한승준 사장은 『B2B가 실제로 본격화하는데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미지 선점 차원에서 B2B를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B2B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과도기적인 부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B2B가 일반화됐을 시점의 미래 모습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B2B를 위한 과제를 하나하나 도출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B2B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인프라는 B2B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 통신망, ERP 등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인프라로 구분된다. 인프라는 이것이 없으면 아예 B2B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며 특히 인프라 수혜대상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외됐을 경우에는 B2B의 실행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대기업, 중앙기업, 지방기업할 것 없이 인프라의 균등한 배분과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부문과 함께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경영진의 마인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B2B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거래관행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강제하는 방법도 좋지만 세제혜택이나 자금지원 등의 인센티브 방식을 통해 별다른 저항없이 B2B 대세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밖에 정부와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이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대화 창구를 만들어 협력을 병행하는 것도 요구된다.

아이비젠의 신양호 사장은 『제대로 준비하고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내외 진영들끼리 힘을 합친다면 얼마든지 한국이 아시아 B2B시장,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며 『지금은 개별 기업의 이익이나 단기적인 선택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안목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