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인드코리아사업 철수 등 일련의 정보화관련 사업 파행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가, 이번에는 사이버무역 중개·인증기관의 운영주체로 나서 관련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본지 5, 7일자 참조>
e마켓플레이스의 주요 수익모델이 국가간 B2B로 집중되면서, 「인터넷무역」이 e비즈니스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간 전자상거래 특성상 「인터넷무역 인증·중개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관련단체들의 이 분야 주도권 획득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무역협회도 이 대열에 가세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협의 무리수=우리나라 경제 4단체중 하나인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말 협회내 정보사업부를 사이버무역부로 개명하고, 부내에 사이버무역팀을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협회를 「사이버무역 중개·인증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무역협회의 복안.
하지만 무역DB인 「코티스」와 협회내 부서 전산화 관리 정도가 고작인 정보사업부 업무성격상 이같은 계획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설된 사이버무역팀은 현재 팀장을 포함해 3명의 인원이 전부다. 협회는 이 팀을 통해 사이버무역 중개·인증기관 역할은 물론, 관련 입법지원활동과 조사연구까지 전담케 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최근 무역협회는 △파인드코리아사업 철수 △사이버무역인력 양성 소홀 △무역센터 통신대란 촉발 등 일련의 정보화관련 파행운영으로 인해 관련업계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무협의 노림수=올해 1월부터 무역업신고제가 폐지됨에 따라 무역협회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와 아셈단지 관리의 단순 임대사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로 수출입업체의 무역협회 가입의무 폐지후 첫달인 지난 1월 무역업 신규등록업체중 35%만이 회원에 가입했다. 따라서 업체당 30만원씩 챙기던 가입·연회비 징수도 힘들어졌다. 관주도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절대 수혜자였던 무협의 존재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산업자원부는 내달까지 대외무역법을 정비, 전자무역중개·인증기관 지정 등에 관한 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다.
산자부에 따르면 사이버무역 중개기관은 사이버공간에서 무역관련 전자문서에 관한 인증업무와 거래 당사자의 신용을 보장하는 공인인증마크 발급업무 등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가 생존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이번 「사이버무역팀 신설안」이다. 무역협회는 산자부로부터 사이버무역 중개기관으로 지정받아, 무역관련 업무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사이버무역 관련 사업에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 나도성 과장은 『사이버무역 중개기관의 독점형태 운영은 있을 수 없으며, 기득단체라 해서 중개기관 지정에 특혜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 과장은 또 『이같은 규정은 개정 대외무역법 시행령에도 명기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무협의 자충수=지난 46년 설립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정보화개혁없이 노후화된 조직여건상, 무역협회의 인터넷관련 사업추진은 오히려 무협에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기준협회 정보사업부의 평균 연령은 43세』라며 『무협과 같이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발빠른 인터넷사업 전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작년 무역협회가 중소 수출업체 인터넷무역 지원을 위해 실시한 「파인드코리아」 사업은 무역진흥기금 등 애꿎은 국민 혈세만 축낸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협회가 추진중인 사이버 인증의 경우,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센터를 비롯해 한국정보인증 등 각급 공·사립 인증기관이 축적된 전문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서비스중이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최근 각종 정보화사업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무역협회의 사이버무역 중개사업 추진이 자칫 「파인드코리아」의 재판(再版)이 될 소지가 높다며 해당부처의 현명한 정책수립을 바라고 있다.
<유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