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 엔진을 달자>1회-벤처가 디지털경제의 엔진이다

지금 세계는 인터넷을 병기로 한 디지털경제 사회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신경제 창조를 위한 대변혁의 물살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기술(IT)과 벤처비즈니스가 이를 일궈내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통신기술로는 디지털경제의 혈관을, 컴퓨팅기술로는 뇌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 벤처는 IT를 멍석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신경제의 기틀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아직도 시류에 편승한 벤처 헐뜯기가 가시질 않는다. 일부 시행착오들을 마치 전부인 양 매도하면서 벤처기업들의 체질약화를 부추기고 있다. 상황인식의 오류가 가져온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본지는 디지털경제의 핵심엔진인 벤처의 본질과 육성대안을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벤처는 디지털경제의 엔진이다

2.왜 벤처인가

3.인식전환이 시급하다

4.발목 잡는 법제도

5.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6.결산-전문가 좌담회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가 갖는 의미는 더 구체적이고 혁명적이다. 벤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를 헤쳐나가는 주역을 맡고 있으며 디지털경제와 정보화사회를 이끌어가는 선구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유와 경영을 거머쥐고 있는 기존 경제구조를 뒤흔들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게 벤처다. 나아가 경제대국 일본보다 반박자 빠른 인터넷 비즈니스의 조기 정착으로 「극일」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벤처기업들이다.

그러나 거침없이 달려온 우리의 벤처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것도 새로운 대안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유동성 부족이라는 돈문제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닷컴거품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 파장이 벤처 전체로 확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벤처금융시장이 극도로 냉각돼 벤처를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을 가시처럼 여겼던 수구세력이 서서히 고개를 들며 벤처혁명을 위축시키고 있다.

IMF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벤처업계에 언제부턴가 IMF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벤처위기설」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간 상당수 벤처기업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연쇄도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벤처금융시장이 3개월여간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 적지 않은 벤처기업들이 고사직전에 놓여 있다. 벤처붐으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던 때가 언제였는가 싶다.

벤처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극과 극」의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외부적인 상황과 내부 구조적인 문제가 합쳐진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 외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주가폭락을 가져와 벤처금융을 급랭시킨 탓이다. 그러나 벤처업계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도 벤처붐 위축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문제가 벤처업계에 만연된 「모럴해저드」 현상이다. 벤처기업가·투자가 등 벤처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기술이나 제품에 의해 승부해야 할 벤처기업들이 주식에만 관심이 높으며 이렇다 할 기술 없이 적당히 포장한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대규모 펀딩을 추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벤처기업과 투자가 사이에서 잇속을 챙기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으며 도전과 변화라는 벤처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벤처가 다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현재의 벤처붐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벤처기업가나 투자가들이 이제는 「수익모델」 「수익기반」을 강조하면서 다시 벤처의 토양을 다지고 있다. 투자가들도 무조건 투자하고 보자는 식에서 옥석을 구분한 선별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신규 등록-상한가 행진」이란 등식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도 벤처지원정책의 방향을 인프라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벤처정신이 비단 벤처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사실 벤처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창업한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사업은 물론이고 기존 사업에도 벤처정신은 얼마든지 접목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도 벤처일 수 있다. 공룡기업 휴렛패커드(HP)를 미국에선 벤처라 부른다. 듣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HP를 벤처로 분류하는 기본은 벤처정신이다. 벤처정신만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면 한국의 벤처는 디지털경제의 엔진으로 얼마든지 재도약할 수 있다.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