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운씨(36)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장애인 정보화촉진 결의대회 및 성공사례 발표회」에서 정보화로 장애를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남씨는 빛이 밝은지 어두운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1급 시각장애인. 사물을 거의 보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인도 깨치기 힘든 정보화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대상 수상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은 아니었다.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학급 축구 대표선수를 할 정도로 건강체질이었고 서울대 법대시절인 1학년때까지는 수준급 당구실력을 뽐낼 정도였다. 그런데 사법고시 1차시험에 합격하고 2차시험을 준비하던 대학 2학년때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눈의 망막세포가 죽으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는 희귀한 병이다.
남씨는 지금 「아이넷21」이라는 프로그램 개발업체의 사장이다. 첫 작품으로 시각장애인용 윈도 음성출력 통신프로그램인 「굿아이」를 개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음성출력 성적처리 프로그램, 음성출력 침술원 고객관리 프로그램 등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남씨는 『프로그램 개발은 글을 쓰는 것과 같으므로 머릿속에 프로그램을 그리고 만들면 가능하다. 물론 남들보다 다섯배, 열배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신체적 장애가 정보화시대 제2의 정보장애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정보소외계층을 위한 법적·기술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