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금융권 총파업>정부,금융권,관련업계 움직임

11일 금융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금융노조의 파업으로 금융시스템의 마비와 같은 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만에 하나 금융시스템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그 문제는 말그대로 심각하다. 일반 고객들의 창구이용이나 기업의 수출입, 금융업무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금융권 총파업이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 전산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영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금융의 중추인 전산시스템의 중단 없는 가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부와 금융권·금융시스템 공급업체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

◇정부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금융 전산시스템의 가동 중단이란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만약 국가 금융전산망이 마비될 경우 초래될 파장과 후유증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금융파업으로 인해 국민생활이나 금융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부처가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면서 『금융노조가 파업을 강행해도 분야별 대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11일 금융 전산시스템이 전면 가동 중단되거나 일부 중단될 상황에 대비해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를 작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대응책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우선 퇴직 직원과 임시직, 계약직 간부사원 등을 총동원, 업무별로 우선 순위를 정해 놓고 업무 매뉴얼을 익히게 하는 등 파업시에도 영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금융전산망이 국가 기간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해 노조원이 전산시설을 불법 점거하거나 업무방해 행위를 할 경우 즉각 경찰력을 동원해 저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금융전산망이 은행의 정상적 영업활동을 위한 필수적 핵심시설일 뿐만 아니라 국가기간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 은행별로 시스템운영 매뉴얼 및 패스워드 확보, 핵심전산요원 및 대체인원 확보 등 자체비상계획을 수립, 시행토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금감원 검사역 44명을 각 은행 전산센터에 파견, 상주토록 하고 비상대비상황과 전산시설 보호조치의 실행상황을 점검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총 143명의 검사역을 각 금융기관에 투입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금융기관

대부분의 은행은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정상영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파업을 결정해 전산시스템 정상 가동이 어려운 조흥·한빛·서울 등과 같은 은행과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은행장들이 모든 임원 및 간부 사원에게 24시간 비상대기를 명령하는 등 전산시스템 가동 중단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 불참을 선언한 주택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일단 전산시스템의 마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한 전산망 가동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전 임직원을 비상 대기시켜놓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재 전체 전산인력 270명의 3분의 2가 노조에 가입한 상태나 대부분이 정상근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의 인력 30명을 전산망 운용인력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서울은행도 전산담당 노조원들이 파업에 가담할 경우 자회사인 서은시스템의 인력 60여명을 투입하고 이미 퇴직한 직원들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대체인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윤철 외환은행 정보시스템 부장은 『정보시스템부서는 법률적으로 쟁의대상 부서가 아니며 금융전산망은 국가산업의 중추신경이나 다름없다』며 『일부 영업부서나 지점에서 파업에 참여할지는 모르나 전산실 인력만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의 정상가동을 위해 전산인력의 파업불참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유사시 전산자회사인 국민데이타시스템·서은시스템 등 금융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인력을 통해 전산시스템 마비를 막기로 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시스템공급업체

한국IBM·한국유니시스 등 은행권 정보시스템 운용 및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공급업체들은 이번 파업사태가 몰고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번 파업으로 전산금융망 가동이 어려워져 정부가 인력파견을 요청할 경우 인력을 적극적으로 파견한다는 입장이다.

시스템공급업체들은 이번 파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산담당 노조원의 파업참여 인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 전산망 정상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전산업무의 특성상 어느 한 핵심인력이 자리를 비우거나 비정상적인 작동을 할 경우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은행 전산 시스템 및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는 자사의 전산 전문가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유니시스는 조흥·주택·신한 등에 30여명의 전문인력을 파견, 시스템운용 및 유지보수 업무를 지원토록 하고 있으며 한국IBM도 상당수 전문인력을 자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은행에 파견·근무토록 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회사는 이번 금융권 전산시스템 중단 여부가 향후 전산시스템 판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태세다.

한편 외국계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시스템 공급업체의 경우 대다수가 기계적인 시스템운용 인력이 대부분이어서 기계적인 업무의 지원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은행업무의 성격을 모르기 때문에 기계적인 업무 이외의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기타금융권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증권예탁원 및 증권업협회는 10일 은행이 파업을 해도 증권시장은 정상적으로 개장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증권업계는 은행권의 파업이 있을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증권시장의 결제이행을 위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돼 있고 금융결제원의 결제시스템 및 은행전산망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증시에서 매매거래를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단계별 조치 내용도 준비했다. 우선 증권회사가 자체 준비한 자금으로 결제를 하고 증권회사의 자체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증권금융으로부터 결제자금을 대출받아 결제를 하며, 거래소시장의 경우 거래소가 「위약손해배상공동기금」을 사용해서라도 결제이행을 보장하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또 투자자들도 가급적 현금조달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매매를 해 결제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별도박스>

<>금융권파업 이렇게 대처하라

◇기업

정부는 은행 파업으로 기업의 자금 유동성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은행을 통해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만기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 연체료를 면제해주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또 인력 부족으로 은행 점포가 통합 운영될 때는 타행 거래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권은 파업 불참 은행이 기업의 회사채나 CP의 차환 자금 지원, 진성어음 할인 등을 대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 업무가 이뤄진다 해도 대체 인력의 업무 처리 능력 미비로 처리 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환 등 신용 관계와 직결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기업은 사전에 거래처에 양해를 구해둬야 한다.

또 최소한의 유동 자금은 미리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하며 거래 자체가 끊길 확률은 거의 없다 하더라도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놓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개인 대처 요령

개인이 상품을 구입할 때 대금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은행 파업과 무관하게 신용카드 업체는 영업을 계속하므로 상품 구입에는 큰 문제가 없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품 구매나 신용카드가 없는 개인의 경우 각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ATM)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ATM의 현금 충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가능한 한 오전중에 필요한 현금을 인출해야 한다.

은행 점포에 따라서는 인력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정상 영업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우체국, 농협 등 파업에 불참하는 금융기관의 점포가 주변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점포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과금 납부와 같은 간단한 은행 업무는 LG25,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등의 편의점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한빛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은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 직접 은행에 나오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경로를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