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22회-인터넷 포털업계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이만한 성장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상에 대한 세계 유수의 시장 조사 기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국내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안팎이지만 그 성장속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고 「.com도메인」 등록건수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준다.

인터넷 산업성장 내면에는 「포털」업계의 벤처정신이 그대로 반영된다. 이는 포털업계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을 위한 땀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다음커뮤니케이션, 네띠앙, 네이버컴, 심마니, 드림위즈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포털업계는 인터넷이라는 톡톡 튀는 신세대 개념의 산업인만큼 업계를 이끄는 경영인들도 10인 10색이다. 20대 후반에 인터넷 벤처를 창업해 30대 초반에 업계의 거두가 돼 있는 젊은 우상이 있는가 하면 굴뚝산업에서 쌓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벤처를 창업해 정상권으로 키우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는 인물도 있다.

인터넷 업계의 CEO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주요 포털업체의 경영진도 서울대와 삼성그룹 계열업체 출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야후코리아의 염진섭 사장,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 (주)마이크로소프트의 고현진 사장,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 등이 서울대 출신이고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 프리챌 전제완 사장 등이 삼성그룹 계열 출신이다.

「제리양의 야후」라는 상징성만으로도 국내 인터넷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야후코리아. 아직도 야후코리아는 국내 포털업계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야후코리아를 창업한 사람이 염진섭 사장이다. 염 사장은 야후코리아와 함께 인터넷업계의 기린아로 꼽힌다. 염 사장은 54년생이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다. 서울대 영문과를 나온 그가 인터넷과의 접목을 가능케 했던 것은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첨단 업종과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76년말 국제상사의 전자수출부에 입사해 당시만 해도 TV, 오디오, 비디오 등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84년에는 럭키금성상사 컴퓨터 수출 과장으로 8비트 컴퓨터 수출에 주력했다. 역시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셈이다. 그는 이어 삼보컴퓨터와 소프트뱅크코리아를 거쳐 96년에 인터넷 벤처엔 야후코리아 설립에 나섰다. 또 다시 이 시대의 최첨단 업종인 인터넷으로 말을 갈아탔다.

염 사장은 소프트뱅크의 「안되면 되게 하라」는 불사파(?) 정신과 개개인의 발상을 중시하는 점과 자유로운 미국적인 야후의 분위기가 어울려 독특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낸다. 전직원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인터넷 대중화의 선두주자라는 의식은 그들만의 공감대와 문화로 표현된다. 사내에서는 업무진행에 있어 논리적이며 치밀하고 카리스마도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전직원에게 재미있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고 일반 사원들에게 자주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갖고 있다.

포털업계에는 또 한명의 용이 있다. 지난해 5월 60세를 넘겨 라이코스코리아라는 인터넷 벤처를 창업해 1년만에 포털업계의 정상으로 끌어올린 정문술 회장이다. 정 회장은 일본, 독일 등 외국 반도체장비가 지배적이던 시장에서 장비의 국산화에 도전, 성공한 국내 벤처 1세대 인물이다. 남성고등학교와 원광대 종교철학과를 졸업하고 80년 강제해직까지 20년 가까이를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다가 벤처 사업에 뛰어든 파란만장한 인생 역사의 소지자다. 정 회장은 98년 하반기부터 인터넷 사업 진출을 준비, 이듬해 미국 라이코스와의 협상에 성공하고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라이코스부랜드의 아시아 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지난 5월까지 일년간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면서 라이코스코리아를 글로벌 네트워크 가운데 미국 라이코스에 이은 제2의 사이트로 성장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조직경영의 유연성을 내세워 지난 일년간 라이코스코리아를 이끌어 왔다.

정 회장이 커다란 용이라면 지난 5월 라이코스코리아의 새 사령탑으로 올라앉은 가종현 사장(33)은 작은 용에 비유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 휴렛팩커드를 거쳐 시카고대학 MBA에서 재무 및 회계학을, 뉴욕대학에서 기업법을 전공했다. 지난 96년부터 4년간 미국내 매출 최고를 자랑하는 스캐든압스로펌에서 IT관련 기업들의 M&A 및 IPO업무를 전담해온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M&A 전문가다. 가 사장은 인터넷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기술, 경영, 법률 등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로펌에서 인터넷 기업들간의 M&A 관련 업무를 전담했던 전문변호사답게 앞으로 라이코스코리아 네트워크 강화작업과 라이코스코리아의 IPO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인터넷 보급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있다. 바로 e메일 서비스다. 한메일넷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1243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가입자(ID)를 보유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업체로 떠오르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커뮤니케이션호를 이끄는 선장은 다름아닌 32살의 청년 이재웅 사장이다. 그는 영동고와 연세대 전산학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엔지니어다. 인터넷업계의 수익모델은 가입자들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주위에서는 그를 일벌레(?)라고 한다.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잘 때도 일 생각을 할 정도다. 이 사장은 인터넷업체의 성공비결을 합리적 사고, 넓은 시각, 능동적이면서 신속한 대처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38)은 대일고와 인하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서증권에서 지수, 선물·채권, 투자·기업 분석 서비스 기획일을 하던 기술 분석가다. 그는 동서증권에서 나와 삼성SDS 유니텔 사업부(현 유니텔)에서 마케팅 책임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의 인터넷 철학은 「인터넷을 생활공간, 화합의 커뮤니티로 만들자」이다. 커뮤니티로 출발해 거대 커뮤니티 포털업체로 자리잡은 네띠앙의 성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홍 사장은 스스로를 활동적인 리더라기보다는 소수정예와의 깊이있는 교류와 만남을 만들어가는 리더라고 평가한다. 어떤 이는 신입사원들에게 책을 통해 「모든 사람을 섬기라」는 인생철학을 강조하는 그에게 삶의 균형과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인터넷의 노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인 네이버포트가 독립해 생긴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34)은 상문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했다. 이후 삼성SDS에 입사해 네이버컴의 전신인 네이버포트의 소사장을 역임했다.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잘 입는 그는 언뜻 약해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속내는 강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CEO다. 지극히 논리적인 점이 장점이라면 한 가지를 생각하면 푹 빠지는 성격이 단점 아닌 단점이라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가다.

심마니의 손승현 사장(41)은 마케팅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경성대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LG애드에 입사해 줄곧 마케팅 업무를 해왔고 LG애드를 나와서는 미디어렙인 KT인터넷에서 부국장을 지냈다.

한글과컴퓨터로 더 잘 알려진 이찬진 사장(35) 역시 지난해 드림위즈라는 포털사이트를 만들고 업계 정상 진입을 위한 조용한 공격을 준비중이다. 제물포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생시절에 대표적인 한글워드프로세서인 한글을 발표했고 한글과컴퓨터를 설립,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 사장은 드림위즈를 창업한 후에도 편안한 경영을 고집한다. 어떤 원칙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생각해서 옳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편이다. 일에 대한 의사결정 또한 결재서류나 라인을 중요시하기보다는 해당 업무자와 구도로 충분히 전후사항을 파악한 후 바로바로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격무에 시달리고 가정이 있는 직원들과 가족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전직원과 가족들을 모아 야유회나 맛있는 음식점을 탐방하는 행사도 이 사장이 만든 회사문화중의 하나다.

세계 굴지의 포털사이트인 MSN.COM의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주)마이크로소프트의 고현진 사장(48)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한국IBM,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상무를 역임한 대표적인 IT통이다. 고 사장과 함께 인터넷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박준모 상무는 경희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금성사 정보기기 사업부를 거쳐 지난 87년부터 10년 넘게 (주)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터넷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커뮤니티 포털로 인터넷업계에 등단,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프리챌(구 자유와 도전)의 전제완 사장(37)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전까지 10여년을 삼성물산과 그룹 비서실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3회의 특진에다 삼성그룹 선정 제1회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전사장은 그냥 회사에 남아있었으면 삼성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으로 CEO 한자리쯤 차지하는 것은 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업당시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유와 도전」은 그의 기업 철학이기도 하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