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e커머스클럽 9차 간담회>지상중계, 주제발표

본지와 한국커머스넷이 공동 주관하는 「제9차 e커머스클럽 간담회」가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클럽에서 「e비즈니스 뉴패러다임 시대 여성기업인의 위치와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사회 전반을 격렬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디지털경제 환경에서 여성의 역할제고와 새로운 위상정립 방안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의 또 다른 「반쪽」 여성들이 더 이상 사회의 「비주류」로 남아서는 여성 자신은 물론 디지털시대 국가경쟁력에도 저해된다』며 『e비즈니스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사회자인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를 비롯해 △새천년민주당 허운나 의원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신수연 회장 △경희대 박주석 교수 등이 주제발표자로, 우암닷컴 송혜자 사장, 드림데이타 김현숙 사장, 인터넷시큐리티 강형자 사장, 비앤씨아시아닷컴 김소연 사장, 한신대 홍선찬 교수, 본지 김경묵 인터넷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토론요지>

△사회=디지털경제의 출현과 여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짚어봤으면 합니다.

△김경묵 부장=한마디로 새로운, 엄청난 변화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보기술(IT)을 근간으로 한 디지털경제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조직·사회의 운영원리를 바꾸고 있습니다. 전문인으로서 여성의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IT분야에서 여성 업무수행력의 우수성도 널리 인식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 아쉬운 점으로 느끼는 것은 전문인으로서의 프로의식 문제입니다.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지위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업무자질과 더불어 끊임없는 자기 동기부여와 실천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허운나 의원=전문인으로서 동기부여를 말씀하셨는데요, 경험적으로 볼 때 가장 현실적이고 쉬운 방안은 여성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권리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체로서 더 많은 역할과 권리가 주어질 때 프로정신은 자연스럽게 고취될 것이라 봅니다.

△사회=산업현장에서 여성 벤처기업인들의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현숙 사장=굳이 여성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CEO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업무조정자(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산업 현장에 대한 지식과 사업아이템 발굴, 영업실적 등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기업, 엔지니어와 기획담당자들을 조율하는 작업이 CEO의 기본 역할입니다. CEO가 아닌 전문 여성인력들은 자신의 위상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외부의 남성들도 여성들을 감싸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비즈니스 일선에서 여성 벤처기업인들의 현실적인 애로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송혜자 사장=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아직은 미숙한 실정이므로 당분간 법·제도적 차원에서 배려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사례로 최근 중소기업청과 민간 분야에서 50억원의 여성 전문펀드를 결성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시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지원자금 등을 여성 기업인에 일정부분 할당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형자 사장=자본·기술력·인력 등은 핵심 경영요소입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이같은 현상의 이면에 깔려 있는 남성위주의 인적 네트워크는 여성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인적 네트워크는 위기나 기회가 다가올 때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내재 자산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대다수 인적 네트워크가 남성 위주의 폐쇄성을 띠고 있습니다. 조언자로서 남성들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남성끼리 주고받는 신뢰를 이제는 여성들에게도 개방하는 여유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사회=여성·노인·장애인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었습니다. 새롭게 열리는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또 다른 반쪽인 여성들이 제 역할을 찾아나가는 것은 결국 디지털강국을 향한 노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일선 현장에서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홍성찬 교수=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각종 정보화프로젝트에서 여성들의 관리자 역할은 탁월했습니다. 우수한 업무수행력이 입증되기도 전에 남성위주의 선입견으로 업무위탁을 꺼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의 유수 기업인 HP 등에서 여성회장을 영입한 것과 비교하면 결국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뒤처지는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정부와 오피니언리더들부터 저변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김소연 사장=지난 수년간 산업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느낀 점은 여성들의 장점이 숨겨져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된 노동강도를 견디는 가운데 스스로를 폄하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성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조직내에서부터 대화채널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한계와 단점, 숨겨진 능력을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자기만족을 성취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이는 좁게는 조직내에서, 넓게는 사회전반이 여성에 대한 열린 시각을 지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주제발표요지>

인터넷시대의 전문 여성인력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새천년민주당 허운나 의원

정부 역할 가운데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실천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예산 확보다. 정보통신은 남녀 구분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분야로 업무특성상 성차별 요소가 적은 것은 물론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고학력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성 개개인에 대한 손실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둘째, 여성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육성·취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육성·관리체제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여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대부분 일과성에 그치고 있다. 수요예측에 따라 도출된 전문 분야별로 여성인력을 육성한 뒤 취업과 활용까지 아우르는 토털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IT분야에서 취업·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수혜자로 볼 때 그들의 간편한 취업 및 창업을 돕는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갖춰야 한다.

넷째, 범국가적으로 IT분야의 전문인력 및 기업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형성,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전문인력간 원활한 연계방안을 찾아야 한다. 분야별·업무등급별 전문인력풀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시대 여성 CEO의 대응전략-한국여성경제인협회 신수연 회장

디지털시대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여성 CEO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충분히 고민해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디지털시대 여성 CEO의 대응전략이라면 항상 샘솟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자세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변화에 민감한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내외부 정보를 수집·활용·실행하는 스피도도 중요하다. CEO 개인은 물론 기업전체 가치를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표현력 또한 현실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자신과 기업을 둘러싼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설득력의 원천이다. 이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협력에 따른 성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십도 여성 CEO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물론 집중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야 한다.

이같은 원칙하에서 여성 CEO들이 갖춰야 할 자격과 덕목은 다음과 같다. △합법적인 지위 △전문가다운 실력과 사고력 △열정과 추진력 △자기노력에 대한 성과물을 쟁취하려는 의지 △다방면에 대한 관심과 학습 △창의성 △도덕성 △지도력 △정직 등이 그것이다.

정보통신산업, 그리고 여성기업인의 역할-이상과 현실, 경희대 박주석 교수

정보통신산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국과 비교할 때 국내 여성 전문인력들이 처한 현실은 극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경제활동 전반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해외 여성들을 사례로 들기에는 부끄러운 실정이다. 구체적인 현상을 짚어봄으로써 우리의 한계와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사회에 그동안 팽배했던 여성에 대한 인식의 한계는 다분히 남성위주의 조직관행에 근거하고 있다. 출산·육아 등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대문화가 빚어낸 전근대적 조직운영원리가 대표적이다. 출산은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발목을 잡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사회활동에 대한 제약은 물론 심지어 포기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육아문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군대문화는 남성들의 굴레인 동시에 그들만의 권위적인 울타리로 작용해왔다. 보수적인 조직운영원리나 여성에 대한 편견에 상당부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디지털환경을 열고 있는 IT산업에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희망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의 특성상 오프라인기업에서 온라인기업으로 조직운영원리가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직문화도 순응하는 기업인에서 「지식인」으로 바뀌면서 여성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 통신망의 발전과 함께 재택근무와 가상근무가 가능해진 것은 구체적인 변화다.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방식을 통해 여성들은 출산·육아에 따른 압박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