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 주식투자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던 이 말이 최근에는 벤처기업 직원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사 주식만으로는 위험성이 크다는 생각에 다른 벤처직원들과 주식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벤처거품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고 「벤처IMF」설까지 등장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주식 교환이 성행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들의 경우 2∼3개의 다른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중 1개만 성공하면 기본은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잘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지난해 말 벤처기업으로 옮긴 김모 차장의 경우 최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와 주식을 맞교환했다. 서로 불안한 마음에 술자리에서 오고가던 농담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사실 벤처의 성공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하이 리스크의 부담을 언제나 안고 사는 셈이죠.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마음껏 그려볼 수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항상 불안한 마음이 상존합니다. 하지만 주식을 나눠갖고 나서는 조금은 이런 불안감을 털어버렸습니다. 두 회사 중 하나만 성공하면 기본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다른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최 과장도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는 관계사 직원과 최근 주식을 맞바꿨다. 최 과장은 『업무 관계로 만나다 보니 상대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가능했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입장에서 주식을 나눠가졌다』며 『최근 주변에서도 2∼3곳, 혹은 그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실 벤처기업간 상호 지분출자를 통해 주식을 나눠갖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들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고전적인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기업차원에서가 아니라 직원들 사이의 주식 교환이 벤처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일단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상대방 회사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성공확률이 낮은 벤처의 특성상 훗날 주식교환 후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