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12)애니메이션 바로보기

컴퓨팅 환경의 급속한 발전은 기존 매스미디어를 디지털미디어로 바꾸는 한편, 전산업 분야에 걸쳐 전자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셀(cell) 방식을 고수하던 애니메이션 분야도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한층 고무돼 있긴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수출산업에 적신호가 나타나면서 경제전반은 물론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 또한 어두운데다 두각을 나타내던 주력사업도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산업에 집중하라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최근의 높은 관심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세계 제3위의 제작국으로 수출액도 지난 97년 이미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 분야에 진출을 서두르는 신생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고 정부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지원을 점차적으로 높일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을 속 깊이 들여다 보면 아직도 하청제작에 의존해 산업구조가 왜곡돼 있고 창의력과 기획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주먹구구식의 사업관행이나 재정능력의 부족, 고유 캐릭터와 소재의 부재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것은 초기부터 싹이 틀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어떤 전문가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크게 떨어지지 않고 기술자산 역시 중간은 된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사실상 하청제작에서 축적돼온 기술력은 절름발이나 다름없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흉내내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과거 우리의 것으로 알고 보았던 대부분의 만화영화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베낀 것이라는 사실도 흉내내는 풍월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비록 하청작업에 주력하긴 했지만 세계 유수의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고급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데다 특정분야의 기술력이 세계적이라는 평가는 향후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은 다른 영상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배타성이 적고 만화적 요소로 인한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흥미와 감동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밝게 한다. 또 초기제작비의 부담을 과감히 극복하면 이에 따르는 관련 상품, 즉 문구류, 완구류, 게임, 비디오, 캐릭터상품 등 다양한 사업확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관련업계가 부단한 자기각성과 노력으로 독자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과 학계의 학문적 접근이 수반된다면 일본이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듯이 우리도 코리애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창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중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 「홍길동」이나 「태권V」로 대변되는 60∼70년대 애니메이션 중흥기를 다시금 그려본다.

<김헌준-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hk0714@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