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계는 확실한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애널리스트와 관련협회 등은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 규모에 대해 연초에 예상한 수치보다 크게 높인 수정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SEMI는 인터넷과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접속 혁명(connectivity revolution)」이 반도체 수요를 촉발하고 반도체업체들이 올해부터 0.18㎛ 및 구리 공정, 300㎜ 웨이퍼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내년까지 세계 반도체장비 경기가 초호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미 가트너그룹의 데이터퀘스트도 최근 세계 반도체장비시장에 대한 수정전망보고서를 내놓고 세계 반도체장비시장 규모는 연초 예상(43.5%)보다 크게 웃도는 69%의 성장률을 기록, 올해 30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표참조
메릴린치증권사는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장비업체들의 실적이 월스트리트의 예상치를 모두 웃돌 전망이다」면서 「토벨러스시스템을 포함한 15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향후 2분기동안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제품출하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반도체장비시장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 이유는 단 한가지. 반도체시장의 공급과잉논란을 야기할 정도로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원에서 올해 2조6000억원으로 신규 투자를 늘렸으며 마이크론은 128∼256MD램 라인을 신설하는데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전자도 지난해 대비 무려 187% 늘어난 2조300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유수 반도체업체들이 앞다퉈 증설에 나서고 있어 반도체장비시장을 밝게 하고 있다.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심각한 공급난을 겪을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플래시메모리도 S램을 제치고 사실상 제2의 메모리 제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약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추진중이다.
모토로라도 이동전화 단말기 등 네트워크 관련 칩의 생산확대를 위해 2조8500억원 상당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및 아날로그 칩의 증산에 2조6000억원을 쏟아 붓는다는 방침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7사의 투자도 이에 한몫한다.
이들 일본 업체의 올해 총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약 35% 늘어난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NEC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2조원, 도시바가 36% 증가한 1조3000억원, 히타치는 일본 업체 중 최대 투자액인 2조500억원을 설비 투자로 결정했다. 이들 일본 업체의 설비투자는 과거와 같은 D램 중심이 아니라 플래시메모리, 각종 시스템LSI 등 디지털 정보가전(IA)용 반도체로 이전되는 양상이다.
유럽에서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2조30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전년대비 53%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대만을 중심으로 한 수탁생산(파운더리) 전문업체들의 설비투자도 빠질 수 없다.
수직적으로 통합된 종합반도체업체(IDM)들이 주류를 이루던 반도체산업이 수평적 전문업체들로 전환하면서 전세계적으로 500여개에 달하는 팹을 보유하지 않은 반도체 회사(fabless company)들이 아웃소싱 시장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TSMC, UMC 등 대만 파운더리 업체들은 각각 전년대비 87%와 43%가 늘어난 4조7300억원, 2조8600억원 정도를 설비투자에 투입한다. TSMC는 올초 5억5000만달러 주식교환 방식으로 대만 3위 업체인 WSMC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대만의 힌슈공장과 미국 워싱턴 소재 생산거점에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으로 싱가포르에 8인치 웨이퍼 공장을 세우는 등 올해안에 약 4조원 이상을 설비증설에 투입한다.
국내에서도 이 시장을 겨냥, 아남반도체가 전문 파운더리 업체로 변신을 시도중이고 동부전자가 최근 파운더리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이상의 호황을 보이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TFT LCD) 및 각종 평판디스플레이(FPD) 수요 증가 또한 장비시장에 청신호를 던지고 있다.
반도체업계가 사상 최고 수준의 설비투자에 따른 경기하락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분간 장비업계의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300㎜ 웨이퍼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00㎜ 공장(Fab)에 지출한 비용은 전체 반도체 지출의 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인텔, 인피니온, 히타치, TSMC, UMC가 올해 300㎜ 기술과 공급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따라서 반도체장비시장 규모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2002년까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