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저작권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온라인상의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저작권 침해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 새 저작권법은 그러나 아직 세부지침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국내 저작권 환경의 실태와 의식수준, 새 저작권법의 한계 및 보완점 등을 짚어보고 디지털시대에 맞는 디지털 저작권법을 집중조명해 본다. 편집자
박범신·윤후명·이순원·서영은 등 내로라하는 작가 50여명이 얼마 전 한자리에 모였다. 자존심 강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문인들이, 그것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작가들은 최근 공통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전자책(e-Book) 등 디지털 매체에 대한 작가들의 권리」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론은 전자책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고 인세율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출판계는 작가, 출판사, 인쇄업체 누구할 것 없이 모이기만 하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 정부가 디지털시대를 겨냥해 만든 새 저작권법에는 기존 출판계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을 두가지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디지털 저작권이라 할 수 있는 「전송권」이고 또다른 하나는 「전자도서관 구축허용」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작가들은 기존처럼 종이책 형태로 자신의 글을 발간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거나 이미 발간된 작품을 재구성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서비스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도 있게 됐다.
또 공공도서관들은 수십년씩 묵혀있는 장서들을 모두 디지털파일로 만들어 컴퓨터를 통해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한 전자도서관을 구축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타 도서관과 부족한 자료들을 온라인 전송을 통해 서로 맞교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이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과제들을 풀어야 한다.
우선 대형 출판사들이 생존권사수 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데다 정부가 업계의 반발을 조율하느라 구체적인 운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현재 기존 출판권을 확대한 편집권을 내세워 전자책에서도 20∼30%의 인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자도서관 구축에 있어서도 출판물의 무단복제와 불법전송을 막기 위해 암호화 및 워터마킹같은 기술조치를 반드시 탑재해야 하고 출판사와 저작권단체들이 연합해 설립한 「복제전송권관리센터」에 저작권료를 내도록 새 저작권법에 명문화시켰다. 정부는 관련시행령과 세부지침을 이달중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의 이견을 좁히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 논쟁에 휘말린 곳은 비단 출판계 뿐만 아니다.
MP3같은 디지털음악은 「MP3=음반」이라고 생각하는 음반사들의 주장으로 제대로 시장조차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방송업계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가 「방송」이 아니라 「웹캐스트」라고 주장하면서 저작권법망을 피해가려 하고 있으나 스트리밍서비스를 제한하는 「전송권」의 발효로 저작권문제 해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최근들어 저작권문제가 사회적·산업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저작권법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경은 디지털로 변해 저작물의 유통도 전혀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데 법은 이를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개정된 저작권법도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환경을 ●아가기에는 역부족이며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전자책이나 전자도서관, MP3, 인터넷방송 등의 저작권 문제도 속시원히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저작권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