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A와 SEMI의 무성의에 빛바랜 한국관

지난 10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 2000」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의 공동부스인 「한국전시관(Korean Pavilion)」을 보고오는 한국관람객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한국관」은 부스안내도를 들고 찾아나서도 다리품을 꽤 팔아야 하고, 그도 없이 마냥 찾노라면 눈에 쉽게 띄지 않아 한참이 걸린다.

한국관이 넓은 전시회장의 한쪽 구석 귀퉁이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4개 업체들이 연달아 붙어있는 「한국관」은 단출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전시회장 중간에 자리를 잡아 관람객들로 꽉찬 외국 대형업체 전시 부스와 외국인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한국관은 너무 대조적이다.

지난 몇년간 한국업체들의 출품을 주관해온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는 올해 역시 반도체 제조 전공정(4개사), 후공정(2개사) 등 6개사의 부스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해서 KSIA가 업체들의 출품을 위해 돈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각 업체들이 3만∼7만달러씩 자체 부담해 부스를 꾸미고 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주최측인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수만부를 발행해 무료로 나눠주는 업체·출품작소개 책자에서 한국 출품업체들의 이름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KSIA」라는 이름이 올라있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업체들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부스확대를 위해 SEMI에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올해 부스사정은 그나마 예년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한국업체 당자사들은 협회와 SEMI코리아에 대 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불만이 가득하다.

『아무리 부스를 예전의 참가실적과 대기순서에 따라 정해준다지만 겨우 협회와 SEMI가 한국업체들을 위해 내준 것이 구석진 곳의 「코딱지」만한 부스냐』며 『내년에는 어떻게 해서든 독립부스를 만들든지, 그도 아니면 출품을 못하는 일이 있어도 올해처럼은 나오고 싶지 않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업체들의 출품작이 무엇이고 얼마나 좋은지가 중요하고, 또 부스규모가 크고 화려한 게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업체들이 노력해 거둔 결실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SEMI와 KSIA의 좀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지원이 아쉽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국업체 관계자의 씁쓸한 소감이다.

<샌프란시스코=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