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금융포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 (주)SK가 금융포털 「파이낸스OK(http://www.financeok.com)」를 오픈하고 기능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통신은 「리치엔조이(http://www.richnnjoy.com)」 사이트를 선보이고 자사의 타 서비스와 연계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어 최근 삼성그룹도 지주회사 「e삼성」을 통해 카드·증권 등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홀딩컴퍼니(http://www.wealthia.com)」 설립을 마치고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든 중소 벤처기업들이 브랜드이미지와 서비스 규모에서 밀려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금융포털 비즈니스를 위해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홀딩컴퍼니 가치네트(대표 김성훈)를 설립, 9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치네트는 카드(법인명 fn가이드)·대출(법인명 뱅크풀)·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부동산·재태크·세무상담 등 제1금융권인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 관련 분야에 독립된 법인을 설립, 이들을 묶는 허브성격의 홀딩스컴퍼니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주요 주주다.
SK의 파이낸스OK는 이미 확보한 막대한 오프라인 고객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 금융기관과 제휴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미은행과 제휴, 「한미-캐시백통장(가칭)」을 개발해 8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개인별로 재무현황을 관리해주는 맞춤형 재무관리툴을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통신 리치엔조이는 오는 9월 오픈 예정인 인터넷빌링 서비스를 하부 메뉴로 연계하는 한편 13개 은행을 허브로 연결한 인터넷뱅킹 서비스 「뱅크타운」과도 연계하는 등 자사 금융 관련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E*미래에셋과 연계해 제공중인 인터넷 증권거래 서비스를 확대해 삼성증권·대신증권·대우증권 고객들도 리치엔조이를 통해 주식거래 서비스를 이용토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금융포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가는 현 시점에 대기업이 인터넷 금융분야 선점의 필요성을 느낀데다 이 분야 진출을 위해 유리한 조건까지 갖춰 필요충분조건이 맞아떨어진 때문이라는 게 금융 분야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금융 부문 콘텐츠 장악이야말로 향후 인터넷 비즈니스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요건이라는 것이다.
또 일반 쇼핑몰이나 e마켓플레이스처럼 막대한 물류비용이나 재고에 대한 부담도 없어 경영자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최근 금융포털 진출을 선언한 삼성 이재용씨도 쇼핑몰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별도 물류센터를 갖추는 데 비해 수익성에서 열악하다고 판단, 금융포털에 지난해부터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금융포털 진입에 적합한 것은 이 시장이 실제 자금이 거래되는 민감한 부문으로 서비스 제공업체의 신뢰성이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신뢰성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대기업으로서는 커다란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월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집단으로 유명한 금융기관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과의 제휴도 소규모 기업에 비해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 금융포털을 주창하며 시장에 먼저 뛰어든 소규모 기업이 막강한 브랜드파워와 마케팅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