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6회 디지털시대 가정지키기

디지털 시대에 가정 지키기

디지털 혁명의 여파는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구석구석 미치고 있다. 그 중에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느 곳의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는 특정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이 네트워크 사회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가족관계가 굉장히 건조해지기 쉽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대화방에 한 번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에 빠져 있다. 실제로 PC통신은 밤 12시가 피크타임이다. 대부분 저녁 9시에서 새벽 3시까지가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시간대다.

이러한 사회변화로 네트워크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인관계보다는 PC와의 대화를 훨씬 편하게 느낀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 친구가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물을 때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가정해 보자. 곧이어 5초 뒤에 그 친구가 다시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되묻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조금 이상한 친구로군』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시 그 친구가 같은 질문을 되묻는다면 그땐 『뭐 이런 친구가 있어』하고 화를 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것을 또 물어보면 더 이상 상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어떤가. 자기 감정에 좌우되는 사람에 비해 컴퓨터는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해도 신경질을 내지 않고 대답해 준다. 이렇게 PC나 통신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점점 대인관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이 좀 더 따뜻하게 자녀들을 품어 주지 않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 하고 멀어지기 시작해 내성적이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왜냐하면 컴퓨터와 사람을 비교해 봤을 때 사람이 훨씬 더 신뢰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은 쉽게 PC에 중독된다. PC게임이나 통신에 빠져버리기 쉽다. 그래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대화를 통해 합의해 규칙을 정해 놓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하루 일정한 시간만 PC를 사용한다거나 또 PC 자체를 거실에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음란물의 문제가 심각하다.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중학생 정도만 되도 e메일이나 파일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해결 중심지는 가정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가정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99년 통계에 의하면 이혼율이 33%다. 결혼한 세 쌍 중 하나가 이혼을 한다는 계산이다. 어느 가정상담소의 조사에 의하면 강남의 경우 이혼하지 않은 가정도 68%가 정서적으로 이혼상태에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돼 가면서 이들 부부간의 대화단절도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회사처럼 자료를 찾고 일을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늦은 시간 귀가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에 몰두하는 남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부간의 대화 부족과 가정과 직장의 구분이 사라져버린 이런 일상의 생활화는 서로간의 감정적 교류가 어려운 상태로까지 진행돼 심각한 부부 문제로 발전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집에 오면 아내나 자녀와의 대화가 하루 평균 20초를 넘지 않는다고 하니 기본적인 가정교육에도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다.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먼저 가정이 올바로 서야 자녀들을 건전히 키울 수 있고 진정한 네트워크 사회를 이뤄 갈 수 있다.

디지털 혁명의 파도가 구석구석에 밀려오는 이 때, 다시 한 번 우리 가정을 돌아보고 무너진 관계들을 올바르게 세울 때다. 가정과 자녀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진정 사랑을 나눠야 한다. 속도와 효율 그리고 결과를 중시하는 디지털 기법보다 인내와 관심 그리고 친밀감 있는 대화가 더 주효한 곳이 가정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가정지키기에는 아날로그 사랑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