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일정으로 지난 1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막을 올린 ICANN 국제회의는 차분하게 치러지는 여느 콘퍼런스와 달리 서로 발언권을 얻으려는 열띤 분위기로 진행돼 눈길. 본회의뿐 아니라 중간 중간 휴식시간, 심지어 회의가 끝난 후에도 별도로 자리를 마련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요코하마시 전체가 회의장이 된 분위기. 이는 지난 카이로 ICANN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몇 가지 이슈가 이번 요코하마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 가운데 최상위 도메인 확정 여부, 도메인을 자국어로 사용하기 위한 정책수립 방안, ICANN 재원마련 방법, 유명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해결과 같이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주제는 어김없이 밀고 당기는 난상토론 속에 진행.
○…이번 요코하마 회의에는 500여명에 이르는 각국의 대표단과 네티즌이 참석해 「사이버유엔」이라는 ICANN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평가. 이번 회의에 참석한 네티즌은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을 이끄는 대표주자답게 국적이나 나이·피부 색깔에 게의치 않고 스스럼없이 어울렸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없이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면성을 보여주었다는 후문. 비영어권 국가, 개발도상국 등 인터넷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에서는 불이익을 보지 않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축소판 유엔을 보는 듯했다는 게 참가자들의 중론.
○…국내에서도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환경운동연합·진보네트워크·참여시민연대 등 40여명의 대회 관계자와 네티즌이 주요 회의에 참석하고 여론몰이에 나서 이채. 시민단체가 이번 대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ICANN 자체가 정부와 무관한 네티즌 중심으로 구성되고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전자정부를 지향해 민간차원의 움직임이 ICANN 회의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이번 회의에 참석한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순수한 네티즌 차원에서 이같이 대규모 대표단을 구성해 참가하기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도메인체계는 물론 인터넷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 중』 이라고 강조.
○…KAIST 전길남 박사가 공식적인 ICANN 회의에 앞서 열린 일종의 킥오프 모임의 좌장을 맡아 인터넷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국제무대에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 주로 국가 도메인을 관리하고 등록하는 ccTLD와 관련한 안건이 논의된 이날 모임에서 전길남 박사는 뚜렷하게 의견이 갈리는 안건을 잘 조정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전 박사는 『인터넷 관심도에 비해 국제적인 활동이 다소 뒤떨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이같은 국제회의나 모임에 참석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비교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 바로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경쟁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역설. <요코하마=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